매일신문

소설 국정감사(3)

담배맛이 그렇게 달 수가 없었다. 빨아들인 연기를 깡그리 폐속에다 넣었다가 길게 내뿜었다. 애연가들이 설 자리가 자꾸만 좁아지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는 아직 담배를 끊겠다거나 줄이겠다는 생각을 해 본 일은 별로없었다. 그건 아직 그가 젊다는 쪽에 든다거나, 담배의 해를 직접 느껴 본일이 없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는 요소를, 규명이 확실찮은 여러가지 이유를 세워 멀리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문득, 어제 저녁 아내의 말이 생각났다.어제저녁에 그는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갔다. 국정감사란 말이나돌고부터 아직 제시간에 퇴근해본 일은 별로 없었다.

현황이니 질의답변서 작성이니 예상문제 만드느니 해서, 사실 정작 당해보면별것 아닌 2, 3 시간안에 끝날 일이 왜 그렇게 많고 많은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상사들 비위에 맞춰 그들 퇴청하기를 기다려 나가다 보니 귀가시간이늦는 경우가 더 많다.

어제저녁 그는 다른 실무자 몇몇과 의원 보좌관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찾아가 무슨 정보나 하나 얻을까 해서 온갖 아첨과 굴종을, 마치 자신의 능력을시험이나 하듯 쏟아놓으며 알랑거렸다. 그들도 그걸 좋아하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가 없다. 사실 그래봐야 개뿔도 뾰족한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 붙어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집에 들어서니 이미 초저녁 잠을 때운 아내가 뱃구멍 밑에까지 처진 파자마를 끌어올릴 생각도 않고 맞아주며 한다는 소리가,

"국정감사는 당신 혼자 다 받는구만"

하는 게 아닌가.

사실 며칠전에도 전화를 걸어 국정감사 준비때문에 좀 늦겠다고 말하자, 자기가 알기론 장차관들이 받는 감사가 국정감사인데, 도대체 자기 머리로는이해가 안간다고 투덜댄 적이 있었던 터라, 이젠 그만해도 이력이 생겨 봐주는 편이었다.

"당신 남편이 그만큼 훌륭한 사람이다. 그렇게만 알고 있으라구"아내가 졸음이 주렁주렁 달린 얼굴로 피식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뜻 같기도 하고, 아직도 못헤어나고 있는 잠결을 헝클고 싶지 않다는 뜻 같기도했다.

감사위원들이 감사장에 얼굴을 내놓은 것은 15시 20분이었다. 재통보된 시간에서도 20분이 더 지연된 셈이다.

임석한 위원들은 위원장을 포함해서 10명이었다.

OO분과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은 모두 25명으로 제1반에는 위원장을 반장으로 13명이고, 제 2반은 간사를 반장으로 해서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제 2반은 중앙부처에서 감사중에 있고 제1반이 여기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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