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참뜻 잃어가는 설날-"'우리뿌리'되새기는 계기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사흘앞으로 다가왔다.'구정' '민속의 날'등으로 불리며 푸대접을 받다가 다시 제자리를 잡은지 7년. 올해도 '민족대이동'을 방불케하는 귀성인파가 교통전쟁을 벌이며 '민족의 축제'는 막이 오르고 있다.

매스컴에서는 양력 1월1일에 해가 바뀌었다고들 그랬지만 실제 육십간지에따른 '을해년'(해의 이름), 십이간지에 따른 '돼지띠'는 바로 음력 1월1일인설날(1월31일)부터 시작되고 이때가 돼야 비로소 나이 한살씩 더 먹는다. 설은 어원에 있어서 나이(살)에서 비롯됐다거나 '새롭다'는 말에서 생긴 것으로 설명하는 이들도 있으나 '삼가고 조심해야 온전한 출발을 할 수 있다'는의미로 '신일'로 알려져있다.

사학자 육당 최남선은 설은 한해동안 탈없이 지내게 해달라는 기원을 지니고몸과 마음을 정결히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을 지닌다고 '조선상식문답'에 적고 있다.

설은 일년을 사는 첫날로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조상에 대한 혈연적유대를 다지는 날이다. 예부터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루만 일컫는 것이 아니라정초에서 정월대보름까지의 기간을 의미했다.

그러나 음력문화의 쇠퇴로 설과 짝을 이루며 지신밟기 동채싸움 연날리기등마을문화가 신바람나게 벌어졌던 정월 대보름은 명절에서 빠져있어 설문화는부조화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극심한 고향길 정체를 우려한부모들이 꺼꾸로 자식의 집으로 발길을 향하는 역행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올해도 신정연휴에 제사를 모시고 구정에는 아예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10만명이상이라는 발표가 나오고 있으며 온천이나 스키장이 있는 콘도에서 맞춤 음식으로 제사상을 차리려는 이들이 줄지않아 1백년만에 되찾은 설날의 참뜻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풍토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이런점에서 어릴때부터 프랑스에서 살면서 아들을 국제변호사로 키워낸 한어머니의 의지는 조용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이 어머니는 아들에게 조국을 가르치고 우리 문화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마다 제사상을 극진히 장만했으며 고국에 계신 할머니에게 편지쓰기를 통해서 우리말을 가르쳐 결국 국제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인물로 키워내매스컴들의 찬사를 받았었다. 나라안에 살면서도 무조건 편하고 쉬운것만 찾으려드는 세태에 뿌리교육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 사례가 아닐수 없다'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조선시대 의정대신들은 모든 관원들을 거느리고 대궐에 나가 새해 문안을 드리고 무명을 바치고 조하를 올렸으며 8도에서도 관찰사 병사 수사들이 전문과 방물을 바쳤다.

이날 사당에 지내는 제사를 다례라 하고 아이들이 입는 새 옷을 세장이라고하며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을 세배라고 한다. 이날 대접하는 시절음식을 세찬이라하며 떡국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날 곁들인 술을 세주(주로 청주)라한다. 섣달 그믐날 잠들면 눈썹이 하얘 진다는 속설이 있고, 설날 새벽에는복조리장수의 외침이 골목을 울렸다. 그믐날 야광귀가 나타나 자기발에 맞는신발을 신고 가버리면 신발주인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고 하여 신발을감추고 체를 걸어두기도 했다. 귀신이 체의 구멍수를 세다가 날이 밝으면 신을 훔치지 못하고 도망간다는 속신 때문이었다.

설명절에는 현전하는 민속놀이 2백11건중 60%이상이 집중돼있고, 1백89건의연중 세시풍속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백1건이 집중돼있어 우리문화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설날 민속놀이로는 남녀가 다함께 방안에서 하는 윷놀이가 대표적이며 젊은부녀자들은 널뛰기, 남자들은 연날리기를 하며 보름 가까이 가서는 다리밟기(답교)와 활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화투와 노래방찾기가 설날 가장 보편적인 놀이로 자리잡고 있어 씁쓰레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성행했던 연날리기는 대보름이 지나면 '액운을 띠운다'하여 연에다 '액' 또는'송액'을 써서 멀리 날려보내기도 했다.최근 세뱃돈으로 고액권을 주는 어른들이 늘면서 아이들의 하루 세뱃돈이 웬만한 봉급생활자들의 한달치 월급을 넘게되는 '세뱃돈 인플레'현상은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길게 뻔해 덕담을 담은 작은 선물이나 교양서등을 선물하는 게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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