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51)

제3장 강은 어디서 시작되나 ③"네, 맞습네다. 중국 연변에서 나왔습네다"

"그럼 연변댁이구먼. 앉아요"

인희엄마가 말한다. 연변댁이 의자에 앉는다.

"병목 쪽에선 먹고 자고 일해요?"

"네, 그렇습네다"

"우리집은 잠잘 데가 마땅찮은데"

"그렇다면…"

"서울에도 일자리는 많을텐데, 어찌 온주까지 내려왔어요?""먼첨 나온 사촌언니가 여기 일자리를 구해 놔서 내려왔습네다""언니는 무슨 일을 하우?"

"시청 앞 청요리집에 있습네다"

"거긴 잘 방이 없구요?"

"여쭤봐야겠습네다"

"음식은 만들어 봤어요?"

"재간은 있습네다만, 요리 일은 하지 않았습네다"

"한국엔 언제 나왔수?"

"다섯달…아니, 넉달 되었습네다"

"그 언니와 함께 자면 되겠네. 보수 조건만 맞는다면 말이우""그럼,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을 해야합네까?"

"아침밥 손님을 쟤하고 내가 처리할 수 있으니 10시쯤 출근해서 저녁 10시쯤퇴근하면 되는데, 일요일은 놀아요. 거기선 얼마를 받았수?""숙식하고 월급으루 70만원 받았습네다"

"70만원이라…보자, 이틀 벌이를 몽땅 댁이 가져 가겠구려. 허긴 사람은 쓴담 그렇게는 줘야지. 그런데 연변댁, 보다시피 우린 매운탕도 닭도리탕도 안만드는 집이라요. 싸구려 밥집이니깐"

나는 계속 하품을 한다. 슬그머니 내 골방으로 들어온다. 썰렁하고 깜깜하다. 문을 열어놓고 요를 편다. 스펀지 요다. 이불을 편다. 베개를 놓는다.나는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옷을 입은 채다. 온몸이 오싹하다. 모로 눕는다.다리를 오그린다. 이불을 머리 끝까지 둘러쓴다. 이불이 꿉꿉하다. 나는 천장을 향해 반듯이 누워 자지 못한다. 늘 옆으로 눕는다. 새우처럼 한껏 몸을옹크린다. 그래야만 잠이 온다.-아버지 밤에는 왜 잠이 올까요? 시애가 국민학교 다닐 적, 아버지께 물었다. 낮에는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놀잖니. 그러니깐 밤에 잠을 자는 거지. 피로해진 머리와 몸을 쉬기 위한 것이란다. 그렇게 쉬어야만 다음날 여러가지 일을 할 수가 있지. 사람이 옛날부터 오랫동안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버릇이 된 거야. 아버지가 대답했다. 나는 아슴아슴잠에 빠져든다.

"얜 왜 차거운 방에서 자. 안방에 자지 않구. 모르겠다. 나도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자야지"

인희엄마가 말한다. 홀에 등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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