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적 나만의 작은 공간에 대한 갈증으로 늘 목이 말랐다. 하지만 여러 형제들 틈 속에서 자라다보니 그 꿈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하루는 생각다못해 돼지저금통을 깨뜨려 앉은뱅이 책상 하나를 주문키로 했다. 국민학교 2학년 때였으리라. 동네에서 얼마 멀지 않은 목공소에서 끙끙거리며 들고와 다락방에 올려놓던 날의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작은서랍이 두개씩이나 딸린 책상에 앉아 식구들 모두 잠든 뒤 일기를 쓰던 밤,그날은 혼자 깨어있는 자의 아늑한 기쁨을 최초로 맛본 날이기도 했다.뒤돌아보면 우리는 크고 작은, 참 많은 것들을 소망하며 살아왔다. 더이상원할 것이 없으면 모든 것이 두려워진다. 뭔가 아쉽고 간절한 그 무엇이 남아있을 때 호기심이 일고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열매를 가꾸는 과정의 수고와 기쁨 그리고 그것을 기다릴줄 아는 마음을 선사하기 이전에, 잘익은 열매를 배불리 먹여주고 충족시켜주는 것만이 최선의 사랑이라고 믿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자식사랑 모습은 아닐는지…. '신은 우리를 채찍으로 길들이지않고 시간으로 길들인다' 그렇다. 기다림의 끝에서 계절은 완성을 가져오고감춰진 것들을 무르익게 한다. 모든 감각을 만끽하다가 식상하는 자들의 감각은 그 감각에서부터 다 시들어 죽는다. 완전함은 여운도 함축미도 없으며그러므로 자유로움이 거부당한 세계다. 한 잔의 차를 가득 채우지 않고 조금모자라게 따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리라.빈방에 혼자 있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충만하다. 텅 비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득 찼을 때보다 더 충만한 것이다. 법정스님의 수상록 한구절을 떠올리고 있는데 어느새 반쯤 마시다 둔 차가 저홀로 식는다.
강해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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