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71)

"달고 다니던 꺽정이는 어쩌구?"라운드 티짜리가 미미에게 묻는다. 영어 글자가 잔뜩 갈겨진 얼룩덜룩한 티셔츠다. 흰 목도리를 걸치고 있다.

"깼어, 파싹. 여긴 내 사촌 오빠. 강원도 산촌서 왔기에 구경시켜 줄려구""그렇게 보이군. 앉으슈"

노랑 조끼짜리가 나를 훑어본다. 안경을 꼈다.

"초저녁부텀 웬 일이니, 노랑 술병 까구?"

"강민이 재 보증금 챙긴 날 아냐"

조끼짜리가 턱짓하며 말한다.

"서운동 빌딩?"

"그건 내 지갑이구. 잰 꼰대 주차장 맡았잖아"

"심심한데 한 곡 비빌까"

강민이가 미미에게 말한다.

"목이나 추기구"

조끼짜리가 양주잔을 비운다. 미미에게 그 잔을 건넨다. 양주를 친다. 형씨두 한 잔 꺾으슈. 강민이가 내게 잔을 내민다. 나는 잔을 받는다. 마시지 않고 테이블에 놓는다. 미미가 한 모금에 술잔을 비운다. 조끼짜리는 귀옥이가안온다며 투덜댄다. 손목시계를 본다. 강민이는 부모가 일본으로 온천여행을떠났다고 말한다. 오늘 밤엔 너네 집에서 포커나 해. 조끼짜리가 말한다."여기서 나이트해. 내 지갑 명함만 채우잖았어"

강민이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두툼한 지갑을 흔들어 보인다."귀옥이년 안되겠는데. 지 주제에 무슨 삼수야. 대학이 단가. 요리학원에나나가지"

조끼짜리가 말한다. 또 시계를 본다.

"종길아, 내 세번째 말한다. 바꿔. 그 정돈 널렸어. 미미도 깼다잖아. 미미,나랑 쪼간 지낼까"

강민이가 미미의 어깨에 손을 두른다.

"지금 지내잖아"

"내일 어때? 재 주차장에 볼브 있어. 그것 몰구 설악산 안갈래? 희자두 끼이겠데"

"난 안돼. 낮엔 일해야 해"

"꽃집이랬지? 집어쳐. 너 용돈 내가 댈 수 있어"

"미국은 아주 포기했군"

"온보현 그치때매 텄어. 일본 쪽을 알아보려나봐. 그래서 꼰대들 떠났지"그들은 잔을 비운다. 잔을 돌린다. 음악이 바뀐다. 홀의 공기를 찢는 랩이다. 미미가 점퍼를 벗는다. 미미가 강민이와 무대에 나간다. 종길이도 따라나간다. 셋은 열심히 흔들어댄다. 미미는 춤을 잘 춘다. 운동모를 벗어 빙빙돌린다.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 귀가 아프다. 어지럽다. 나는 슬그머니 홀에서 나온다. 극장 앞을 지난다. 큰길로 나선다. 좌우를 살핀다. 불을 켜둔 은행 간판이 보인다. 푸른 색이다. 흥부식당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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