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제공될 한국형 경수로의 명칭을 둘러싸고 남북한과 미국간에 힘겨운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밀접한 관계에있는 중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겉으로 드러난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지난해 북핵문제가 국제적 초미의 현안으로 부각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제3자적입장에서 남북한과 미국 등 관계당사자들에게 타협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의 심국방대변인이 이미 밝혔듯이 "중국은 작년 10월 제네바에서이루어진 미-북합의를 '좀처럼 오기 어려운(도래지부역)' 기회로 인식하고있으며 따라서 관계당사자들이 이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호혜와 평등, 상호존중의 기초위에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바로그것이다.
그러나 중국 관변에서 흘러나오는 내면의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형 고수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은근히 압력으로 와 닿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징후들은 여러군데서 읽혀지고 있다.
지난달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중국 최고실권자 등소평(90)의 둘째딸 등남국가과학기술위 부주임은 방한에 앞서 만났던 우리 정부 고위인사에게 북한당국이 매우다루기 어려운 상대임을 누누이 설명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지하철을 건설할 때 중국은 엄연히 '중국제'로 명기된 객차를 지원해줬다. 그런데 뒷날 확인해보니 그 많은 '중국제' 객차들이 하나같이 '북한제'로 둔갑해 있었다"
이 말의 진의가 무엇일까. 모르긴 해도 또박또박한 글씨로 한국형이라고 새겨서 줘봐야 북한에 들어가면 금세 북한제로 둔갑할 것이 뻔한 마당에 뭐 그리 하찮은(?)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느냐는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초 유엔사회개발정상회의에 참석키 위해 코펜하겐을 방문했던 이붕총리도 김영삼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북한에 해마다 많은원조를 주면서도 원조를 줬다는 말조차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이같은 발언에는 말할것도 없이 북한이 독불장군식의 좌충우돌을 서슴지않는 까탈스런 존재라는 고마운 충고가 들어 있음이 물론이다.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그 이면에는 우리 정부의 '한국형' 고수 칼날을무디게 하려는 계산된 의도를 감추고 있다는 점을 지울수가 없을 것이다.말하자면 우리 정부와 국민은 한국형 경수로를 둘러싸고 클린턴 미행정부는물론이고 중국으로부터도 또 한차례 은근한 양보의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약삭빠른 일본은 이 와중에서 북한과 국교정상화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하는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적극성을보이는 등일본 특유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이래저래 사면초가의 곤경으로 몰리고있는 양상이지만 한가지 분명한건 "우리에게 더이상의 양보는 없다"는점을 분명히해야 한다는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핵협상과정에서 미국이나 중국의 충고를 경청한 나머지 그만큼 참고 밀렸으면 됐지 어디까지 떠밀려 갈 작정인가.
한 서방전문가는 "북한이 벼랑끝외교를 벌이면 한국도 맞받아치면 된다. 이번기회에 한국은 '봉이 아니다'는 인식을 북한에 확실하게 심어줘야 한다"고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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