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PEC '보고르 선언'이견 배경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역내 무역및투자 자유화를 위해 채택된 '보고르선언' 이행문제를 놓고 회원국간 미묘한입장차이가 노정되고 있다.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무역및 투자 자유화를 완료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APEC 회원국들은 잇따라 무역투자위원회(CTI)와고위간부회의(SOM)를 열고 구체적인 행동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이고있으나 각국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아 시행착오와 마찰을 겪게될 전망이다.지난 10일부터 3일간 APEC은 싱가포르에서 CTI와 SOM을 열어 무역자유화를위한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한국에서는 선준영 외무부 제2차관보등이 참석한 이번 회의는 지난 2월 일본후쿠오카에서 열린 같은 성격의 모임에 이어 오는 11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과 각료회의에서 마무리될 무역및 투자 자유화를 위한 행동지침을 만들기위한 것.

한국은 APEC이 지역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기관차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자유화 계획에 참여한다는 기본 방침을 정해놓고 있으나 경제발전 단계가 다양한 회원국간의 대립속에서 방향을 잡아야 할 처지에 있다.회원국들은 지난 2월 후쿠오카 회의에서 무역및 투자 자유화의 방식과 관련,'조화된 일방주의'(Concerted Unilateralism)를 그 기조로 삼자는데 합의했다.

호주, 홍콩등의 주도로 채택된 '조화된 일방주의'는 2020년까지 자유무역을추진하는데 있어 각국 정부가 무역장벽의 철폐원칙에 동의하면서 각국의 실정에 맞게 특정시한까지 무역제한조치들을 폐지하는 시간표를 제시하는 것이골자.

그러나 각국 정부의 자유화 시간표 제시계획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발적인 조치에 맡겨놓을 경우 많은 분야에서 실제 효과를 거둘수 없다고 보고 보다 강제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있다.특히 미국은 '조화된 일방주의'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등이 가세하고 있다.

한국측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들 국가들은 APEC 무역자유화 계획을 세계무역기구(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협상에서 미진했다고 생각하고있는 서비스, 농산물 분야의 자유화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무대로 생각하고있다.

시장개방과 관련한 각종 협정이행기간의 단축(Shortening), 시행범위의 확대(Broadening), 개방폭 심화(Deepening)로 요약된다는 것.

한 당국자는 "APEC 무역자유화를 보는 미국의 시각은 'WTO 플러스'로 규정할수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WTO체제를 앞당겨 실시하자는게 미국등 일부국가의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APEC 활동 업적을 인정받아 내달에 대사직위를 얻게되는 샌드라 크리스토퍼 APEC 조정관이 이번 회의기간동안 행한 발언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얘기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등도 농산물 수출국으로 미국의 입장에 강력히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과 중국등은 이같은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WTO 체제의 모범적인 실행은 이들 국가들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에서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경우 APEC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그것은 APEC을 기구화, 지역화로 몰고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로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서방국가들을 배제하고 EAEC(동아시아경제협의회)를 통한 지역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

일본의 경우 미국등 일부국가들의 의도가 농산물 시장개방에 많은 주안점을갖고 있다고 보고 미국의 압력과 올해 의장국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내심으로는 탐탁지 않은 입장이다.

한국도 농산물시장개방 문제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 쉽게 동조할 입장은 아니지만 서비스 분야의 무역확대로 얻을수 있는 혜택과 미국과의 협조관계를 염두에 두고다소 어정쩡한 입장에 놓여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느 국가든 자유무역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 어렵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몰아부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사카 APEC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무역자유화 행동지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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