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03)

"그 점은 상대가 말을 걸때,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는 증거지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그말이귀에 들릴리가 있겠어요. 머리 속은 지금 눈앞에 있는 현실 세계가 아닌 환각이나 망상에 헤매고 있죠. 또는 이룰수 없는어떤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거죠. 하늘로 날아가서 별에나 고향에 가는,자기만의 허황된 상념에 갇혀서. 그러므로 자폐증의 특징은 대인 기피증입니다. 타인을 두려워해서 늘 혼자 꿈꾸며 있고 싶어 하지요"노경주가 말한다.

"마두도 혼자 있고 싶어합니다. 시끄러운건 질색이구요. 소리에는 아주 빨라요. 쥐가 바스락 대는 소리에 금새 그쪽으로 골통이 돌아가니깐요. 색깔 구별도 민감하구요"

자폐증은 나도 들어본 말이다. 노경주의 날아간다는 말에 복지원 복도에서보았던 소년이 생각난다. 소년은 내게 새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자기는 날개없는 새라고 말했다. 그 소년이 자폐증일 것이다. 나는 아니다. 아버지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나는 나를 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보통사람보다 모든게 조금 늦을뿐이다. 말을 잘 하지않을 뿐이다. 할 말이 없기때문이다. 더듬기도 한다. 말을 더듬는 사람은 많다.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다. -너가 자폐증이래. 그 정신적 질병은 치료약이 없대. 죽을때까지 그 수준으로 살아야 한다니. 정상적인, 완전한 인간이 될수 없다니.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자기만이 완전한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팽배해. 각종 범죄와 탈법이 횡행하는 것야. 이 세상을 순치하는 방법은 내가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줄어들어야 해. 내가 조금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협동이 이루어져. 그게 바로 바람직한 공동체사회야. 선량하기 때문에 모자라 보이는 사람, 완전하다는 착각에 빠진 사람이 보기에 어리석은 사람의 세상으로돌아가지 않으면 안돼! 아버지가말했다. 읍내 큰 병원에서 테스트를 받고 온날이었다. 그날, 아버지는 집에서 술을 마셨다. 너무 취해 혼자말로 소리쳤다.소리치며 울었다. 엄마는 모른체 했다. -괜찮아. 시우는 여기서 살면 돼. 아비야, 걱정마. 시우는 여기서 농사짓고 살테니깐. 잘난체 하는 사람, 똑똑하다고으시대는 사람 안보구 우리끼리 살면 되잖아.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그곳에 살아 계신다. 할머니가 보고 싶다. 아우라지로 어서 가고 싶다."시우씨는 자폐증 중에도 중증이 아닙니다. 중증이라면 이렇게 사회활동을할수가 없어요. 시우씨는 기본적인 사회활동을 할수 있잖아요. 특수교육을 받는다면 훨씬 나아질수도 있구요"

노경주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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