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노동기구 재정난 휘청-미예산지원 삭감방침

국제노동기구(ILO)가 흔들리고 있다. 6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제82차 연차총회를 앞두고 ILO예산의 25%를 지원하는 미국이 예산지원삭감을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의 성장과 함께 국가 단위로는 해결못할 노사문제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ILO의 역할위축과 함께 국제노동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ILO는 물가상승률등을고려해 올해 4억6천만달러(약3천4백억원)의 예산안을상정해 놓고 있으나, 미국측은 예산규모를 큰 폭으로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이 때문에 ILO의 전체 업무 차질은 물론 특히 올해 현안문제로 다룰 광산노동자를 위한 국제노동안전기준 설정, 97년 실시예정인 5백만달러규모의 사업계획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예산삭감의 배경은 지난 선거에서 의회 다수석을 차지한 공화당에있다. 공화당소속 상원 외교관련위원회 제시 헬름스 의장이 지난 4월 예산위원회 피트 도미니치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ILO를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에 대한자금지원 제한을 주장한 것. 헬름스 의장은 편지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크게축소된 현대 사회에서 ILO의 19세기식 해결방법은 낡고 그릇된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미국의 움직임에대해 국제 여론뿐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제네바주재 국제기구담당 다니엘 스피겔 미국대사는 "사용주측에 편향된 정책을 펴는 공화당의원들이 노동기구조직에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한 뒤 "ILO는 정부관료뿐 아니라 사업주와 노동대표까지도 포함해실제문제를 논의,결정하는 유일한 국제기구"라고 말했다.

아시아 및 유럽각국도 미국측의 예산지원삭감에 반발하지만 유엔 산하 각 기구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으로 인해 구체적인 행동은 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직접적 피해자인 미첼 한센 ILO 사무총장은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능력있는 기구운영과 함께 예산삭감을 동시에 요구해 결국 우리를 두번 죽이는 셈"이라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조처는 국제사회내 힘의 분배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독일과 일본의 예산지원폭이 증가함에 따라 그 대가로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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