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시대... 마지막 선택(30)

텅커리(등격리)사막을 향해 난주사막연구소를 떠날때 식물원 담벼락에는 다음과 같은 격문이 붙어 있었다. 물론 붉은 글씨였다.'사핍인퇴도내하 왕석황사사학'(사막이 확장돼 사람들이 이주하는것은 어쩔방법이 없다. 옛날의 사막은 아주 심했다). 무슨 뜻 일까? 2백년 이상을 지탱하며 난주 시가지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하(황하) 최초의 철다리 '중산교'를 지나면서 취재진들이 자문해본 의구심이다. 사막의 확장이 결코 만만찮은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격문일까. 아니면 그 확장을 보고만 있을수 없는현실임을 강조한 것일까. 아무튼 어느것이든 사막이 예로부터 중국인들에게는골치아픈 대상이었음은 틀림없는사실이었다.텅커리 사막을 취재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연유에서 였다. 그곳은 중국의 사막관련학자들이 가장 심혈을들여 사막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국이 뚜렸한 또 다른 현장이기 때문이다.난주와 포두를 잇는 '포란철도'가 텅커리 사막을 지나가고 난주사막연구소의최첨병 역할을 하고있는사파두(사파두)사막연구소가 있다. 여기에다 '황하백해유부일투'(황하는 백가지 해로운 면도 있지만 오로지 한가지 좋은 점이라면부를 낳아주는것)라는 말처럼 부를 낳아주는 황하가 사막과 가장 가깝게 흘러가고 있어 사막과 물이 맞닿아 일으키는 환경의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난주에서는 자동차로 약 6 시간 거리. 기차로도 갈수가 있지만 시간이 맞지않았다. 가능하면 기차를 이용하려 했지만 기차는 만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끝없는 모래바다를 가로질러 놓인 철길에서 인간의 투쟁이 얼마나 강인한가를 경험할수 있다는게 난주사막연구소 하훈성소장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철길 못지않게 자동차 길도 그런 흔적들을 보기에는 족했다. 자동차길이 '포란철도'의 철길과 자주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란철도'. 지난 54년에 착공, 5년만에 완공된 전장 980㎞의 철길. 당시 이 철길이 지나가는지역은 대부분 무인지대였다. 특히 140㎞는 텅커리사막을 비롯한 몇몇 사막을뚫고 가로질러 철길을 놓아야 했으며 500㎞는 사람이 살지못하는 땅이었다. 중국에서 사막을 통과한 최초의 철길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 철길이다. 그만큼 철길공사는 난공사였고 철길을 놓을당시 이 지역은 회교도의 왕국 영하회족(영하회족)자치구가 성립되던 시기여서공사는 더욱 어려움을 더했다. 사막이 종족문제와 어울려 중국당국을 난처하게 만든셈이다. 그렇지만 사막속에철길은 뚫리고 말았다.

그러나 모래바람은 인간의 도전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텅커리 사막에서 후려치는 모래바람은 마치 철길을 따라 풍속을 더하는것같았다는게 주민들의 이야기였다. 철길이 완성된후 60년대와 70년대는 모래바람에 부서지고 다시 복구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되었다. 막대한 유지비와 수리비가 들었다. 지금처럼 겨우 안정을 찾은것은 불과 10여년. 안정의 바탕에는피나는 사막학자들과 기술진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었다. 요즘도 일년중 10여일은 황사와 거센 모래바람으로 운행이 중단된다. 지난 70년대에는 공식적으로사막의 모래가 철로를 덮어버린 횟수는 연 평균 80회, 80년대는 30회로 나타났다.

지금도 텅커리 사막은 매년 5~6m의 남하 속도를 보이고 있다. 더욱 과학자들의 노력을 요구하는 이유는 남하라고는 하지만 방향이 남동쪽이고 그 방향은황하가 흐르고 있는 지역이며 난주가 가깝기 때문에 중요한 지역일 수 밖에 없다. 난주는 최근들어 북경당국이 정책적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대한중국대륙을 좀더 확고한 통치하에 잡아두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따라서 난주에서는 언젠가 수도가 북경에서 난주로 천도될것이라는 주장도 아주 자연스럽게접할수 있었다.

사막을 가르는 기차를 살피기 위해 취재진은 사파두 역에서 2시간을 기다린끝에 우렁찬 기적과 만났다. 역사 바로 앞에 높이 30여m의 텅커리 사막 조망대에 설치된 기상관측 기구의 데이터에는 이때의 기온이 섭씨 34도, 모래표면의온도 섭씨 58도, 풍속 초속 1.2m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별다른 모래바람이나 사막풍은 없었다. 기차는 이런 자연 환경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그저 힘차게 지나치고 있었다. 기적은 마치 자연과의 투쟁에서 승리한듯 자신 만만한 소리를 내고 있는듯 느껴졌다.

그러나 자연과의 싸움에서 인간이 승리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자연을 무작스럽게 파괴하며 단순히 몇년내지몇십년을 사람들이 잘 살수있도록 꾸미기만 한다면 언젠가 자연은 그 대가를 인간에게 되돌려 준다. 그럴때는 엄청난 재앙으로 앙갚음한다. 그런 사례는 지구상에서도 얼마든지 찾을수있다. 물론 사막을 질러 기적을 내는 포란철도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항상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강조할 따름이다.철길 아래쪽에서 한 무리의 낙타떼들이 취재진들 쪽으로 다가온다. 어림잡아15마리는 돼 보였다. 낙타를 타고 사막의 환경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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