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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매일신문창간50돌 기획시리즈-영남의 젖줄 첫 생태계 조사

지난 '석탄일'때 환경부가 불교계에 베스(민물농어), 블루길(월남붕어) 등수입물고기의 방생자제를 요청하는 협조문을 보낸 사실이 있었다.환경부가 이같은 협조문을 보낸것은 베스,블루길,거북,자라 등 외국산 육식성 수입물고기가 우리 토착어의 씨를 말리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우리의 강과 호수가 외래 수입물고기들에 의한 생태계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지난 60년대 이후 수산청에서 농촌소득사업의 일환으로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외국 어종을 무분별하게 들여왔다. 이들 수입어종들이 붕어,잉어,빠가사리등 토착어종을 마구잡이로 먹어치워 토착어종의 감소와 이로 인한 먹이사슬의 파괴로 곳곳에서 생태계교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우리의 강과 호수가외래 수입물고기들에 의해 생태계파괴의 몸살을 앓고 있다.이중 가장 심각한곳이 안동댐. 지난76년 안동댐이 건립된 이후 최근까지는 비교적 붕어,잉어 등과 참몰개,돌고기 등 수십종의 토착어종들이 서식하고 있었다.그러던 것이 80년대초반부터 블루길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래 수입어종수가점차늘어 현재는 베스,초어,백연어,떡붕어,찬넬메기,백피리등 7~8여종이나 된다.

미국이 원산인 블루길은 새우와 붕어 잉어 등 물고기치어 알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면서 한때 크게 번성했다는 것이 안동댐 주변 어부와 낚시꾼들의이야기다.

블루길은 금호강 상류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대구주변의 저수지와 영일군신광면 반곡저수지,경주 덕동댐 등과 영일군흥해읍 곡강천 등 강과 저수지 등 곳곳에서 잡히고 있으며 토착종을 위협하고 있다.

가두리양식장에서 튀어나와 번식을 시작한 베스도 성어의 경우 40㎝가량 크지만 자기 몸체만한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다. 안동댐에서 발견되기 시작한것은 7년여쯤 전.

주로 식물성 플랑크톤과 풀을 먹고 사는 백연어는 지난 63년부터 74년까지일본서 도입돼 방류됐는데 전장이 1m30㎝의 대형이 잡히는 등 대어로 안동댐에만도 30t이상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0년대 한때 미국서 운하의 수초제거를 위해 중국산 초어를 대량 수입해 풀어놓았다가 처음엔 수초를 먹어치워 성공한 듯 보였으나 수초가 없어지자 이때부터 대신 토착어종을 차례로 잡아먹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작용을 초래한 사례가 있다.

미국산인 찬넬메기도 치어나 새우 풀 등 닥치는대로 먹는 잡식성으로 안동댐에서 5년여전부터 잡히기 시작했는데 봉화 등 안동댐 상류지역서 불교인등이방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인 30~40㎝크기의 떡붕어도 상당수 잡히고 있다.안동댐에서 낚시꾼들에게 많이잡히는 향어(속칭 이스라엘 잉어)도 수입어종으로 안동댐내에 내수면어업허가를 받아 운영하고 있는 15개 가두리양식장에서 빠져 나간 것이 대거 번식하고 있다.

안동댐에서만 28년동안 물고기를 잡아온 안동댐의 산증인인 박문식씨(46)는 "댐 조성전에는 도산서원앞에서 쏘가리만 한때 다섯포대나 잡을 정도로 쏘가리,꺽지,자라 등과 메기 등이 많이 잡혔으며 어종도 모래무지,참몰개,눈치,참피리,뱀장어,납줄기,수수미꾸리 등 30여종이상 발견됐는데 이제 쏘가리,꺽지등은 눈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안동댐에는 또 8~9년전부터 조금씩 발견되기 시작한 토착종인 치리가 물고기들의 세력판도를 완전 바꿔놓고 있다. 전장이 20㎝정도인 치리는 식성이 좋아 수초나 치어건 닥치는대로 잡아먹어 한때 번성하던 블루길조차 맥을 못추게만들면서 안동호수면 가까이 하얗게 무리지어 댐을 휘젓고 다닌다.어부 박씨는 치리가 안동댐 물고기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번식력이 강한 어종이 수중생태계를 바꿔놓는 대표적인 사례다.안동댐에는 또 댐조성후 생태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 바다에서 자라강으로 올라와 강여울에 산란한 후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회유성 어종인 은어가 많이 잡히고 있다.

댐조성 당시 갇혀있던은어가 안동댐의 서식환경에 적응,육봉(육봉:내륙에서 자라는 어종)어로 바뀐데다 내수면 어업으로 육성키 위해 봉화 등지서 치어를 많이 풀어놓았기 때문이다.

안동댐에는 이밖에도 한강유역등 중부이북지방에만 서식하는 동자개(빠가사리)와 원래 냉수성어류로 함경남도 용흥강 등지서 서식하던 것을 알을 채집,제천 의림지 등에 방류했던 빙어도 아주 많이 잡혀 겨울철 미식가들의 식욕을 돋우고 있다.

이들 어종들은 안동댐에 방류된 시기 등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적응성이 강해 대표적 어종으로 자리잡은 경우다.

이밖에도 식용으로 도입된 북미원산 황소개구리도 양식장에서 들판으로 뛰쳐나와 토착개구리와 물고기등 주변 생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데다 천적마저 없어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뒤흔들고 있다.

위천등 낙동강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황소개구리는 다자라면 몸통길이가25㎝,다리길이 35㎝,무게 1㎏ 등 덩치가 크고 주로 물속에서 사는데다 1m까지 뛰어오르는 등 동작이 잽싸 뱀,족제비 등 개구리를 잡아먹는 천적이 거의없어져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조사팀의 채병수박사는 "수입물고기에 대해 현재로는 무방비상태다. 블루길등의 출현으로 고유어종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 유역이 넓으면 토착종 등이피해 살 수도 있지만 안동댐 등 한정된 지역에서는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앞으로 외국어종의 수입에는 관계당국서 생태계영향 등을 고려, 신중하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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