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일본의 부강은 언제부터 이룩되었는가.학자들은 조선전기까지는 확실히 우리나라가 일본을 압도했으나 조선중후기를 전후해서 나라살림에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다는 공통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고대국가 이후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던 조선사회, 조선의 백성이 가난하게된 원인은 무엇인가.
18세기가 낳은 발군의 실학자 농암 유수원(1694~1755)은 양란으로 인한 국토의 황폐화 못지않게 조선사회가 신분제에 묶여 사 농 공 상으로 불리는 '사민'의 직업적 전문화가 이뤄지지못했고, 그로인해 세금이 걷혀지지않아 국고가 텅텅 비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농암은 국부를 위한 처방으로 상업제일주의와 분업론을 내세웠고, 호란의 원수를 갚기위한 북벌론이 판을 칠때 청나라에서 배워야한다는 '북학론'을 제창, 북학파 특히 박제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백성들의 평화로운 생활(이용후생)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주장을 폈다.문화유씨로 약관에 문과에 급제, 벼슬길에 오른 그는 정의감에 넘쳐 정론을펴고 혁신적인 견해를 피력했으나 파직 복직 퇴직의 우여곡절을 겪은 뒤 야인생활 10여년만에 돌연 역모죄로 처형되는 바람에 당시 널리 읽혔던 역저 '우서'(우서)마저 자취를 감췄다가 근대화이후 그의 저서임이 재확인됐다.아담스미스의 '국부론'(1776년)보다 약 반세기나 앞서 '조선의 국부론'을 담은 '우서'를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끌고, 귀가 먼후 영조와 필담까지 나누었던농암의 사상적 특징은 상업이 발달하면 만사가 잘 된다는 '상업제일주의'이다.동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중농학파)이 돈(전)의 폐기를 주장하면서 농민보호정책, 자급자족경제를 역설하고 있을 때 그는 자본이 커야 이윤도 크다고 판단, 중소상인 또는 대소 상인간에 합자를 장려했고 분업의 장점을 역설했다."상점(액점, 액점)은 일정한 물건(요즘 말하는 전문점)을 취급하되 그 수효를 제한해서 허가한 다음 무허가점포(난전)를 엄금하여 이들 액점을 보호하여야 상업이 활발해진다"
노점상이나 난전을 방치하면 정식 상가가 죽는 공동화현상을 일찌감치 경고했던 그는 일이 있으면 사람을 쓰고 필요한 물건은 사서 쓰는 분업을 적극 장려, 혼자서 일을 다 하기보다는 '협업'이, 협업보다는 '분업'이 효율성이 높다는 현대적인 생산원리를 2백수십년전에 이미 외쳤던 것이다."농가의 부녀자들은 김도 메고 밥상도 차리느라 틈이 없는데도 각자 옷을 짜니 자연히 일은 더디고 늦어서 우리나라의 면화는 그해 안으로 다 무명이 되는것이 아니다. 또 촌부의 솜씨가 서투른 경우가 많아 품질이 거칠며 아까운 면화가 단단한 면포로 되지 못하니 큰 손실"이라고 지적한 농암은 중국에서는 목화밭에서 일하는 사람, 씨뿌리는 사람, 솜트는 사람, 베짜는 사람등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진 공정을 각기 전문적으로 맡고 있어 일이 빠르고 생산이 많아서값은 헐하고 품질이 좋으니 이는 분업의 효과가 아니냐고 역설했다.영남대 박동수교수(경영학)는 "농암이 인간평등사상과 합리성을 바탕에 깔고분업을 장려, 직업간 직종간 차별을 철폐하고 각 산업의 균형발전을 주장한 것은 현대사회에도 큰 의미를 던진다"고 밝혔다.
농암의 상업진흥책은 양반을 상업에 종사시키자는 '양반상업론'이 핵심이다.'옥답이 많은 삼남에서조차 절량 농가가 많을 만큼 우리나라가 가난해진 것은 사민이 업을 나누어 부담하지 않은 탓'이라고 '우서'에 적은 농암은 사민의업을 나누어 모든 국민이 사농공상중 어느 하나의 일에 종사해야 한다는 '국민개로론'(국민개로론)을 펼쳤는데 이는 사민이 똑같은 '천민'으로 평등하다는새 신분관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늘이 인재를 낼 적에 어찌 서울이나 시골, 적자나 서자를 구별했겠는가"라고 적서를 따지는 부조리를 비판, 양반이나 상민이나 모두 하늘이 내렸으며반상구별이 아닌 능력에따라 벼슬길에 나서거나 농공상에서 생업을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문벌, 즉 봉건적인 신분차별을 씻고 농공상을 발달시켜야 나라도 부유해질 것이라는 유수원의 사상은 오직 양반을 귀히 여기고 공상을 천시하여 모리배도 속으로 장사일을 부끄럽게 여겨 내놓고 하지 않으며, 자본이 모이면 상업규모를 늘리려고 하지 않고 토지나 노비를 살 궁리만 하던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양반들은 한번 농공상에 종사하면 벌써 양반이 아니라고 혼인줄이나 교제관계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 굶주릴지언정 몸소 일하려 하지 않는 폐단을 보였고, 생업이 없는 양반들에게 세금을 거두지 못하니 나라 재정에도 큰 손실이었다. 그래서 농암은 놀고먹는 양반들이 상업에 종사해야한다는 '양반상업론'을펴고,
상인계급의 의욕을 북돋웠다.
"양반들을 장사에 종사시켜 수준높은 상인층을 양성하려는 것은 상업 경영에계획성과 조직성을 도입, 상업발전을 꾀하려는 구상"이라는 이희영씨(영남대박사과정)는 양반을 상로로 유도하고 세원을 상공업분야로 전환, 세금걷는 일을 강화해야 나라재정이 풍요로워지고 사회복지가 는다는 유수원의 경영조직론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농암은 상업이 발달하면 도적도 없어지고, 사회복지도 향상된다고 견해까지 피력했다. '도적이 약탈한 물건을 장시에 내다 팔고이것을 여러사람이 사가면 추적하기가 어렵다'고 적시한 그는 시골의 장시를폐쇄하는 대신 정식 허가를 받은 점포에서 내력을 파악한 물건만 취급, 장물을팔 수 없게 차단하면 도적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양반을 장사에 종사시키는 것이 만사형통의 길임을 역설한 그는 상업이 국민생활의 대종을 이룬 여러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농사가 근본인 만큼 농기구나 농법을 중국에서 배워야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농업기술을 배워 노력은적게 들이고 수확은 많이 하는 법을 배워 보급시키는 것이 요긴한 일이라는 것이다.
현실성없는 북벌론이 판을 치던 마당에 보수파의 거센 비난도 무릅쓰고 청국에서 배워야한다는 그의 북학론과 새로운 신분관, 그에 밀착된 상업관은 백성들의 평화로운 생활과 부유함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최미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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