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거찬조 연설원들 최고의 "지원사격수"

정치의 가장 큰 수단은 말이다. 따라서 모든 정치행위는 말로 시작해 말로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선거전은 말잔치다. 독설과 요설,교언영색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때로 촌철살인의 비수같은 말이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기도 한다.이번 선거전에서도 후보들과 찬조연설원들은 무수한 말을 쏟아냈다. 각 후보진영은 경쟁적으로 상대 헐뜯기에 나서 유권자 관심끌기에 안간힘을 썼다. 이번 6·27선거전에서 각 후보진영 최고의 '험구(험구)'들은 누구인가. '입 부조'로 톡톡히 한 몫을 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민자당 대구시장후보 조해녕후보진영에서는 강재섭선거대책본부장이 단연 최고의 '입'이었다. 13일 첫 정당연설회부터 25일 마지막 신천변 대형연설회까지거의 모든 연설회에 나서 집중적으로 무소속 문희갑후보를 공격했다. 그가 쏟아낸 말은 '족보도 보증인도 없는 무소속' '무소속이 아닌 막소속' '호적정리잉크도 마르기 전에 민자당 욕하는 사람' 'DJ당에 들어갈 것인지 분명히 이야기해야 한다' '아태재단이 아니라 아대(내가 대통령이 되는)재단' 등으로 그는중앙당 대변인 경력의 재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창화수성갑지구당위원장도말로는 뒤지지 않았다. '자기가 살던 집을 배신하는 사람은 언젠가 대구시민을배신할지도 모른다' '대구경북을 패감으로 쓰려는 DJ, JP의 놀음거리가 돼서야되겠느냐'며 조후보를 대변했다.

자민련 이의익후보측에는 박철언전의원을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다. 박전의원은 무소속 문희갑후보를겨냥,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경제브리핑 전문가' '낮에는 순수 무소속, 밤에는 여당 주문대로 하는 사이비 무소속인 주무야사(주무야사)'로 공격했다. 이 말로 인해 박전의원은 문후보측으로부터 '약장수로 전락한 6공의 황태자'로 반격을 당했다.

무소속 문희갑후보측에는 김중태란 걸찍한 '입'이 있었다. 문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부위원장인 김씨는 '자민련은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 만든 당으로 분리수거가 아닌 일괄수거 대상' '군화가 밀려나서 좋다고 했더니 다시 등산화가판친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나친 험구로 인해 상대후보측으로부터 '선거전 말의 오염원'이라는 비판을 받았다.무소속 이해봉후보는 찬조연설원을 두지 않았으나 부인 이선희씨가 큰 힘이됐다. 이씨는 현직 공무원 신분(서울가정법원 판사)이어서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없었으나 선거막판 '선거법과 부부의 정'사이 경계를 넘나들며남편의 지지를 호소,유권자들의 가슴을 메이게했다.

경북도지사 후보들의 찬조연설원은 대구시장후보 찬조연설원처럼 두드러진활약을 펼치지 않았다. 선거전이대구시장선거보다 덜 과열된 탓도 있지만 후보들간의 인간적인 관계를 고려,찬조연설원들의 공격이 점잖았던 탓이다. 다만무소속 이판석후보의 선거연설원이 '무면허 음주운전 정권' '뺑소니 사고정권'으로 정부·여당을 비난했을 뿐이다. 〈조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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