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추악한 말의 전쟁

6·27지방선거의 대장정이 끝났다. 이번에는 금권,관권선거는 사라져 가는대신흑색선전과 인신공격등 정치권을 오염시키는 저질발언들이 기승을 부렸다.이성과 상식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승리만을 위한 독설이 난무했다. 정치가 아무리 상대측을 비판하는 속성이 있다지만 도를 넘긴 경우가 허다해 혐오감마저 불러일으켰다.중앙정치무대에서 한바탕 벌어졌던 추악한 말전쟁이 단적인 한 예이다. 서로원수처럼 싸웠다. 이번 이전투구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자당의 임정규부대변인은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과 김종필자민련총재를 한일합병때와 비유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나라를 분열시킨 망국노"라며 거칠게 나왔다. 박범진대변인도 "나이든 사람의 과대망상증,피해망상증"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의 신순범최고위원은 광주유세에서"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들의동지를 상대방에 일러바치고 적에게 투항해버리는 고정간첩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며 고위층을 '고정간첩'이라고 했다. 설훈부대변인은 이춘구대표를"김영삼정권의 나팔수"라고 입에담기 민망한 말을 쏟아내었다.지역에서도 추한 비어(비어)들이 눈에 띄었다. 모대구시장후보의 찬조연사로나온 한 인사는 지금의 정부를 '살인정권'이란 극언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이인사는 여기에 그치지않고 "자민련은 온갖쓰레기들의 집합장"등의 원색적인 표현까지 동원했으며 이번선거를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규정,섬뜩함마저느끼도록 했다.

정치인이 아무리 남을 헐뜯는 게 직업이라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정치를불신시키고 자신도 비하시키는 이런 인격이 의심스러운 말을 언제까지 들어야할지, 캄캄한 느낌이다.〈이헌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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