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27이후 정국 어디로…(4)--민주당 진로

6·27선거는 정권의 가장자리만 맴돌던 민주당이 정권의 일부를 차지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서울과 호남의 3곳 등 4곳에서 광역단체장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마저도 휩쓰는성과를 거두었다. 기존의강세지역에 대한 기득권을 재확인 한 것이다. 이런 전과는 이기택총재의 힘보다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저력이 여실히 입증됐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한 것이다.서울공화국의 주인. 제1야당 민주당이 6·27지방선거에서 민선서울시장과25개 가운데 23개 구청장을 차지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이를 정치적으로 의미부여한다면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김이사장의 정계복귀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호남인들의 김이사장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김이사장은 이번 선거에서 버릴 곳은 확실히 버리고 잡아야 할 곳은 직접나서는 분리전략을 구사, 대성과를 거두었다. 이총재측과의 갈등도 뒤로 미뤄놓았다. 당력을 한 곳에 모으는데만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서울과 호남에전력을 투구했다. 그리고 1백% 성과를 거두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계복귀'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이사장은 정계복귀의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이사장이 이번 선거결과에 고무돼 민주당을 일선에 나서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당분간 아태재단에 머물 전망이다. 그는이번 선거 지원유세에 나서면서 '당원의 한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다만 한 달 앞으로 닥친 8월 전당대회에서 김이사장은 모종의 '힘'을 발휘할전망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총재를 당장 갈아치울 수도 있는 힘을 김이사장은 갖고 있다.

이총재의 거취도 관심사항이다. 이총재는 8월 이후에도 당총재로 잔류하거나 2선으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민주당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등의 3가지가운데 하나의 길을 가게 된다. 지금으로서는 당총재로 남아있기는 어려울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독립이냐 굴종이냐 선택을 강요받을지도 모른다.이총재는 이번 선거직전에 경기지사 후보경선과 그에 따른 선거결과에 있어서 씻을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동교동측과는 메김울수 없는 감정의 골을 파는 결과를 낳았다. 이총재는 장경우카드를 갖고 분당도 불사한다는 결의로 동교동측의 양보를 얻어냈으나 선거결과는 이총재의 완패로드러났다.

김이사장과 동교동측은 이총재에 대한 불신감을 공공연히 표하고 있다. 동교동측의 "김이사장과 이총재간의 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김이사장은 보다 큰 구도를 구상할 것"이라고 말하는데서 이총재의 위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민주당의 앞날에 있어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3김의 한 축인 김종필씨 즉 자민련과의 관계다. JP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또 언제까지 유지하느냐가 DJ의 복귀여부와 시기를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민련과 밀월을 유지했다. 강원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소속 후보를 중도포기시켰고 자민련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서울시장선거에서 조순민주당후보를 지원, 양쪽 다 성과를 거두었다.이처럼 두 김씨의 공조의 기반과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착착 두 사람의 계획을 실행해 옮기는 일만 남았다고도볼 수 있다. 선거가 끝난 마당에 이런 움직임은 더욱 구체성을 띠고 나타날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총재가 내건 내각제개헌에 김이사장이 얼마나 보조를맞춰주느냐가 공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

김이사장의 '지역등권론'을 음미해 보면 내각제의 요소가 짙게 깔려 있다.김이사장도 대권도전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내각제 개헌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하나 이부영, 노무현부총재의 거취도 민주당의 앞날에 작은 변수가 될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선거기간동안 김이사장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단순한 선거전략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은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동교동측으로 봐서는 역린을 범한 것이다. 동교동측은 이들을 묵과하지 않을태세다. 이들도 그냥 굴복할 것 같지는 않다.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 여부를떠나 민주당내에서 상징적인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동교동측의 대응여부는 민주당의 앞날을 가름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결국 이번 6·27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승리, 호남외에 서울공화국을 차지했다는 단순한 평가외에도대내외적인 실험의 무대에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는역사성도 동시에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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