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180)-도전과 응징(11)

내 다리와 가슴을 딱딱한 무엇이 감고 있다. 머리와 손도 붕대에 감겨 있다. 무엇인가 내 몸을 단단히 묶고 있다. 나는 몸 어느 부분도 움직일 수 없다."마씨, 여기 계신 노경주씨가 폐차장을 뒤져 보자고 처음 제안했대요. 마씨를 발견한 것도 이분이에요. 마씨생명의 은인이지요. 만약 하루만 늦었더래도 마씨는 사망했을 거예요"

간호사가 말한다. 고맙습니다, 하는 말이 혀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신문에 났던데, 성금이 답지한다면서요"

경주씨가 묻는다.

"네, 시우씨의 인간승리가 신문과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바람에 성금이 많이 몰렸습니다. 마씨가 고아로서 자폐증이라 소개되어 더욱 동정심을 유발했죠. 세상인심이 각박하다지만 이번 경우를 보면, 불행한 이웃을 돕겠다는 온정은 아직도 살아 있어요. 병원비를 모두 대겠다는 익명의 독지가도 나섰구요"

간호사가 말한다.

"순진한 청년이 폭력배 이권 다툼의 제물로 희생양이 됐다는 내용은 그렇다치고, 시우씨가 고아는 아니죠. 고향에는 할머니가 계셔요. 참, 시우씨는헤어진 어머니와 누이가 있는데,그런 쪽 연락은 없었나요? 신문과 TV를 봤다면 어디서든 연락이 있을만도 한데"

"마씨가 일했다는 온주시 식당 아주머니는 다녀갔어요. 면회가 안된다니깐수박 두통 놓고 그냥 갔죠. 마씨를 잘 안다는 온주시 꽃집 아가씨가 와서 꽃바구니를 선물했구요"

간호사의 재잘거리는 말이 흐릿해진다. 나는 잠속으로 빠져든다.눈을 뜨니 환하다. 낮이다.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여기저기 플래시가 터진다. 질문이 쏟아진다.

"마시우씨, 한마디만 해주세요. 트렁크에 갇혀 며칠까지 의식이 있었나요""트렁크에 감금되고 엿새째 되는 날 오후에 비가 왔는데, 그때 의식을 회복했나요"

"시우씨도 동성연립주택 사건현장에 있었나요? 본인도 강변파를 치는데 직접 가담했나요?"

"기적의 인간승리라고들 말하는데, 현재 심경은 어떻습니까"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대답할 말이 없다.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멀쩡하다 해도 나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간호사가 시우씨의 대답을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답변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하려면 아직도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눈을 감는다.그들이 물러가는 발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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