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또 은폐축소인가

한국은행 부산지점의 지폐유출사건이 피해액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그파장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한국은행은 자체조사를 통해 밝힌 피해액이 55만원이라고 했으나 경찰의 조사에서 무려 3억5천만원으로 늘어나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한은측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한 흔적이 경찰수사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어 국가기관의 도덕성에도 큰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이 사건은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손상된 지폐를 자동으로 골라내잘게 잘라 폐기하는 정사기와 세단기를 조작해 손상지폐를 폐기하지 않고 유출한 것인데 돈을 찍어내고 관리하는 기관에서 폐기해야할 돈을 빼내 유통시켰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그러나 한은은 이 사건을책임자처벌도 없이 자체수습으로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다.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4월 한은 자체조사팀을 구성해 부산지점에 파견했으나 범인은 만나보지도 않고 지점장으로부터 경위 설명만 듣고 피해액이 55만원이라는 사실만 확인한채 조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범인의 상사인정사과장이 범인이 빼낸 돈으로 증권투자를 한 내역을 기록한 메모를 발견했는데도 한은조사팀은 이같은 결정적인 증거는 거들떠보지도않고 범인에 대한고발조치도 없이 사건을 덮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찍는 기관인 한은에서 돈이 불법유출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는 한은스스로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이같은 사실을 은폐·축소하려했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 드러난 사실로 볼때 한은이 사건을숨기려한 사실은 아무리 부인해도믿어줄수없는 상황이다. 사건을 숨기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너무 많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써먹던 사건의 은폐·축소가 투명성과 정직성을 강조하는 문민정부에서도 여전하다면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수 없다. 과거 통제가 심하고 권위주의 속에서도 사건의 진실은 결국 밝혀졌었다. 더욱이 지금같이 공개된 세상에서 무얼 감추겠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짓이 아닐수 없다.아직도 많은 의문점이 있는 지폐유출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한은 스스로가 세상에 밝혀야할 것이다.

사건이 크게 확대되자 감사원이 한은에 대한 특감을 벌이고 검찰도 한은의사건축소·은폐여부를 내사하고 있는 것같다. 이번 사건은 한은 스스로는 제눈을 찌른격이 됐고 국가기관에 대한 공신력을 크게 떨어뜨리는등 심각한 후유증을 곳곳에 남기게 됐다. 개인의 책임회피를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훼손시키는 부도덕한짓이 공직사회에서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이번사건은 철저히 파헤쳐 관련자들을 엄히 다스려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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