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오빠, 이것 들고 가야지"순옥이가 말한다. 순옥이가 선물꾸러미를 차에서 내린다. 전기밥통상자를내게 준다. 옷상자는 자기가 든다.
"집은 금방 찾겠지?"
짱구가 내게 묻는다.
"그, 금방 찾아"
나는 말을 더듬는다. 가슴이 너무 뛴다. 할머니를 만나면 부끄러울 것 같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고샅길로 들어선다. 전선주 외등이 길을 밝히고있다. 변하지 않은 예전 그 길이다. 정수네 집 앞을 지난다. 팔배아저씨 집앞을 지난다. 건너편은 이장댁이다. 양쪽 집 텃밭을 지난다. 가을 배추가 함초롬히 달빛을 받고 있다. 싸리담장, 돌담이 이어진다. 담장이 낮아 집안이훤히 들여다 보인다. 방문이 환한 집이 있다. 깜깜한 집도 있다. 우리 마을은 집집마다 대문이 없다. 강 쪽으로 고샅길을 굽어 돈다. 또식이네 집이 나선다. 건너편이 길례댁 집이다. 우리집이 나온다. 예전처럼 싸리울이다. 나는 걸음을 멈춘다. 마당 안을 들여다 본다.
"이 집이야?"
짱구가 묻는다.
"그래, 이 집"
"불이 꺼졌잖아"
"할머니가 잠에 드셨겠지"
순옥이가 말한다.
"마두, 할머니 불러봐"
짱구가 마당을 들어선다.
"하, 할머니!"
내가 할머니를 부른다. 대답이 없다. 귀뚜리 소리, 풀벌레의 울음소리만들린다. 마당귀의 감나무잎이 바람에 감기는 소리를 낸다.
"할머니 안계십니까?"
짱구가 큰소리로 부른다. 옆집 방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창규형네 집이다. 그 집은 불이 밝다. 누구인가 마루로 나선다. 담 너머로 넘겨다 본다."누굴 찾소?"
창규아버지 한서방 같다. 나는 목젖이 잠겨 말을 할 수가 없다."이 집 할머니 안계세요? 마두, 아니 마시우 할머니 말입니다"짱구가 말한다.
"이장네 집에 마실 가는 것 같던데. 이장네 아우가 추석이라고 내려왔고.그런데 댁들은 누구요?"
큰 키에 꾸부정한 한서방이 묻는다. 어서 말해, 하며 짱구가 나를 본다."창규아버지, 저, 접니다. 시, 시우예요. 제가, 집으로 왔어요"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한다. 등골로 진땀이 흐른다.
"시우라고? 정말 네가 시운가?"
한서방이 마당으로 내려선다. 방문이 열린다. 창규어머니 도담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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