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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225)-강은 산을 껴안고(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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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둥글상이 차려진다. 도담댁이 행주로 상을 닦는다. 오래된 밥상이다.우리 식구는 이 상으로 밥을 먹었다. 엄마와 시애가 떠난 뒤, 둥글상은 쓰지않았다. 부엌 선반에 늘 얹혀 있었다. 세 식구는 책상반으로 밥을 먹었다.나중엔 아버지 수저마저 밥상에 오르지 않았다.밖으로 나갔던 아녀자들이 하나 둘 돌아온다. 빈 손으로 오지 않는다. 감자송편 쟁반이 상에 놓인다. 삶은 밤을 소복히 담은 소쿠리가 높인다. 국자띄운 식혜동이가 얹힌다. 묵사발 두 개가 들어온다. 나물 그릇과 젓가락이차려진다. 둥글상이 금방 먹거리로 가득하다.

"산골은 이렇습니다. 변변치 못한 손대접입니다만 입맛대로 드십시요"윤이장이 짱구와 순옥이에게 말한다. 윤이장이 할머니부터 먼저 식혜 한그릇을 넘긴다.할머니는 그릇을 방바닥에 놓는다. 나만 바라본다. 여전히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표정이다. 내가 여기에 살 때, 팥죽할멈이 그랬다. 목에 팥죽 쏟은 흉이 있어팥죽할멈이었다. 노망이 들어 옷에다 똥 오줌을 쌌다. 제 집 식구도 알아보지를 못했다. 아무한테나 절을 했다. 나 한테도 올림말을 썼다. 이제 할머니도 그런 증세가 있다.

"시우, 자네 어디서 오는 길인가?"

한서방이 묻는다.

"오는 길요? 종성입니다"

나는 할머니로부터 눈길을 거두고 대답한다.

"종성이 어딨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하게?"

"종성시는 경기도에 있죠. 한강을 끼고, 서울과 가깝답니다. 시우는 거기단란주점에서 일해요. 저도 함께있답니다. 제 이름은 장명구구요. 이 아가씨는 김순옥이구요. 저하고 약혼한 사이죠. 추석 연휴를 맞아, 시우 고향으로 여행을 왔죠. 시우가 길눈이 어두워 데려다 줄겸해서요. 제가 운전해서쏘나타를 몰고 왔어요"

짱구가 대신 대답한다. 짱구와 순옥이는 약혼한 사이가 아니다. 쌍침형과채리누나는 그런 사이다. 짱구가 능청스레 잘 둘러댄다. 업소 식구들은 거짓말을 정말처럼 말한다. 희자누나가 순옥이에게 식혜를 한 그릇 떠준다. 한서방이 짱구에게 막걸리 한 잔을 따라준다.

"단란주점이라면, 술집인가 본데?"

길례댁이 짱구에게 묻는다.

"아줌마가 산촌 사람 표내네. 읍내 나가면 노래방 있잖아요. 그 비슷하지.술 마시며 텔레비서 나오는 곡에 맞춰 노래도 부르는데를 단란주점이랍니다"윤이장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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