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라진 국감

국정감사가 크게 달라졌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돼 내달 14일까지 계속될국감은 14대국회의 마지막 국감인데다 내년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있어여야 모두 진지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표밭'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는절박한 사정이 있다.우선 정부에다 호통부터 치기시작하던 야당의원들의 자세가 진지해진게 두드러진다. 폭로성발언으로 한건주의에 집착하던 야당의원들이 정책대안을 제시하는등 정책감사가 주류를 이루고있다. 폭로성 한건으로 '국감스타'가 되려고 하지는 않는다.

여당의원들도 과거와는 판이한자세로 임하고있다. 야당측의 공세에 정부측 감싸기에 급급해하던 여당의원들이 오히려 정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있다. 민자당지도부가 나서서 "인기성발언을 하지말라"고 제동을 걸 정도다.김윤환대표위원은 27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국감이 아주 활기차게 진행되고있는 것 같다"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하나 자치단체에 대한 국감도 예년과는 달라졌다. 지자제 실시후 민선자치단체에 대해 처음실시하는 국감이라 여야의 입장이 뒤바뀔것이라는 당초예상과는 달리 여야 모두 상대당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 싱거운 양상이다.27일 전남도에 대한 교통건설위의 국감에서 여야의원들은 국회부의장출신의 허경만지사에 깍듯한 예의를 갖췄다. 여야 모두 전남발전을 위한 정책수립과 예산확보방안을 촉구하는 선을 유지했다. 지난 25일 내무위의 부산시국감도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야당의원들은 날카로운 추궁의 칼날을 들이대는 대신 '제안성''충고성'질의만 했다.

4당체제하의 첫 국감인탓에 야당끼리의 선명성경쟁이 폭로성발언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않았으나 아직까지 근거가 불확실한 특혜의혹을제기하거나 떠들썩하게 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국방위의 군출신인 장준익 강창성(민주)나병선의원(국민회의)은 율곡사업의 효율성제고등 정책대안제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일부 의원들이 5·18사건등 정치적쟁점사건에 몰두하는 경우도 없지않다.

여야의 구분이 없어진 것도 이번 국감부터 두드러진 양상중의 하나다. 내년총선을 의식했는지 민자당의원들이 더 날카롭게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있다. 재정경제위의 박명환의원(민자)은 전두환·노태우두전직대통령을 호되게비판했다. 박의원은 "군인 20년, 대통령을 8년 한 사람이 어떻게 여름휴가비로 몇억원씩 쓸수 있느냐"고 지적하며 비자금조성의혹을 제기했다. 과거같으면 여당의원으로서는 입에도 담지못했을 발언이다. 김덕룡의원은 경제정책의 혼선을 강력히 비판했으며 민자당대변인인 손학규의원은 신경제5개년계획의 '성적표'를 제시하면서 정부정책실패를 지적했다.

정부측의 자세도 달라졌다. 무조건 의원들에게 고분고분하게 나오지않았다. 할말은 하겠다는 식으로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달라진 탓도 있지만 마지막 국감이라는 사실이 더 큰 요인인 것 같다. 이에 따라 통일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야당의원들의대북현안과 관련, 요청한 자료제출을 정부측이 거부해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상임위에서 중복질의에다 백화점식 질문등 구태가 없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야의원들은 질의순서에도 잔뜩 신경을 쓰기도한다.의원들은 질의와 추궁에만 신경쓸뿐 정부측의 후속대응책에는 무심하다.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의정활동보고서용 질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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