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시인 황동규씨(57.서울대 교수)가 14년에 걸쳐 죽음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두고 쓴 연작 시 70편을 모은 시집 '풍장'을 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 82년 서해와 남해안 섬 몇군데를 여행하고 돌아온 황씨는 '현대문학'에'풍장'이란 제목의 연작시 4편을 발표한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천착하는일련의 연작시들은 95년 '현대문학' 8월호에 발표된 '풍장 70'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황씨가 60년대에 낸 연작시집 '비가'가 청년기 특유의 감성적 허무의식과비극적 세계 인식에 닿아 있다면 30년의 시간을 건너뛴 이번 시집은 죽음이란 어둡고 비극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음에도 밝고 긍정적인 세계를 펼쳐놓고있어 대조적이다.
황씨는 '풍장' 시작 동기를 밝히고 있는 '나의 시의 빛과 그늘'에서 "삶과죽음은 서로 손잡고 서로 상대의 일부를 이룰 때 각각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비로소 유한함을 벗어나 죽음처럼 무한한 것이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존재의 급격하고도 완벽한 소멸과 고요한 평정의 상태를 동시적으로 희구하며 이 양자의 넘나듦을 추구하고 있다. 초기에 씌어진 시들이 상대적으로 육신의 해체-절대 자유의 상태로의 몰입에 기울어져 있다면 최근 시로 올수록 평온과 고요에 대한 갈망 쪽으로 더 기울어지고 있다.
도취의 시학으로 부를 수 있는 여러 시편들에서 감각의 극대화를 통해 우주와 주체의 하나됨을 지향한다.시인은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과 무아의 경지에 이른다. 시인은 여기서 관조의 시학에 도달한다.
'냇물 위로 뻗은 마른 나뭇가지 끝/저녁 햇빛 속에/조그만 물새 한마리 앉아있다/수척한 물새 하나/생각에 잠겼는가/냇물을 굽어 보는가/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가/조으는가/조으는가/꿈도 없이' -'풍장 70' 전문.이 마지막 시는 주관과 객관의 대립도, 삶과 죽음의 경계도 사라져버린 영원한 현재를 나타내고 있다. 황씨는 시집 '어떤 개인날' '열하일기' '나는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몰운대행'등과 다수의 시론집, 산문집등을낸 바 있다.
〈신도환기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