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총리-윤대법원장 사법개혁 정면 충돌

사법 개혁을 둘러싼 행정부와 사법부간의 2년여에 걸친 힘겨루기가 5일 오전 이홍구 국무총리의 대법원 비난 발언을 도화선으로사법부와 행정부간의정면 충돌로까지 비화됐다.물론 이 총리는 같은 날 저녁 대법원측에서 반박성명을 내자 곧바로 윤관대법원장에게 전화,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한데 이어 6일 오전기자회견을 자청해 갖고 재차 진의가 와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리가 평소 사석을통해 수 차례나 "사법부 개혁은 세계적 추세와도 맞물린 일 아니냐" 는 등 세계화를 위해 사법부개혁은 필수적임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번 발언이 와전됐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수용키 어렵다. 때문에 이 총리의 해명에도 불구, 불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것같다.

이 총리의 '문제 발언'은 5일낮 출입처를 옮기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나왔다. 20분 남짓된 이 자리에 참석한 모 기자에 따르면 총리는 "현행 사법연수원 제도는 법관들이 선배들로부터 전수받은 민법 형법 등 낡은 교육을그대로 답습해 가르칠 뿐 전문 분야에 대한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행법조인 양성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총리는 이어 "대법원은 사법 연수원제도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문 법과대학원(로 스쿨)을 신설하는 문제를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대법원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제를 강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총리 발언은 오후에 대법원측에 전해졌으며 윤 대법원장은 발언 진의 등에 대한 총리실측의 공식 해명을 기다리다가 오후7시30분쯤 최종영 법원행정처장 명의의 공식 반박 성명을 냈다.특히 대법원장은 총리 발언에 크게 격노, 최 행정처장이 성명 초안을 갖고 오자 즉석에서 발표를 재가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이 총리는 서둘러 윤 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파문과 오해를 불러일으킨데 유감을 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파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선 세계화추진위원회의청와대 보고회의가 오는 11일 예정돼있다는 점을 떠올려야할 것같다. 즉 이날 회의때까지는 로 스쿨 도입 등 사법개혁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린다는게 청와대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 발언' 직후 돌연 취소된 6일 오전의 이 총리와최 법원 행정처장간 협의도사법개혁에 대한 최종 조율에 관한 것이었다.당초 행정부와 사법부는 로 스쿨 제 도입에 대해 원론적 입장에선 합의했었다. 그러나 재정 및 운영을 책임지는 예산권을 누가갖느냐를 두고 그동안줄다리기를 계속해왔던 것이다. 대법원측은 사법연수원에 대한 예산 집행권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만큼신설되는 전문 법과대학원의 운영권 등도 이같은 관례를 따라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행정부는 로 스쿨이 교육기관인만큼 교육부 혹은 법무부가 예산권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양측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정부측은 최근 대법원측의 반발을 고려, 97년에 처음 설립되는 전문 법과대학원을 독립예산기관으로 하되 재정권을 일단 대법원에 주고 추후 순차적으로 설립되는 전문 대학원은 행정부측에서 맞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었던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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