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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매일신문창간50돌 기획시리즈-금호강(중)

댐은 운치가 없다. 시멘트냄새가 묻어날 뿐 자연에서 흔히 볼수 있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느낌을 찾을 수가 없다.금호강의 시발점인 영천댐도 역시 그러하다. 맑은 물이 가득 고여있다. 4천1백여만t의 저수량이다. 그러나 금호강에게는 별 쓸모가 없다. 포항의 공업용수로 하루 20만t을 공급하고 나면 금호강의 몫은 겨우 4만t이다. 하천이 제모습을 유지하기에도 너무나 적은 양이다. 80년 12월 영천댐이 준공되고 나서부터 금호강은 강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된 것도 이때문이다.

"97년쯤 임하댐의 물을 영천댐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도수로공사가 끝나면하루 26만~27만t의 물을 공급할수 있어 강은 다시 살아날수 있습니다" 수자원공사 영천댐 사업소장 이동규씨(43)의 얘기다.

그러나 공사 차질로 완공이 1~2년정도 뒤로 밀려날수 있는데다 20만t이상의 물을 끌어쓸 수 있을 지도 의문이고 안동등 임하댐과 연관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대로 방관만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분분해 한바탕 '물싸움'이 예상돼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영천댐의 북동쪽으로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자양호의 뿌리인 죽장천이 나온다. 10여m의 강폭이 정겨운 맛을 안겨준다. 차로 10여분쯤 가다 보면 영천시 자양면 도일리. 할머니들이 강가에 앉아 빨래를 하는 풍경을 아직도 볼수 있는 곳이다. 물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증거다. 이곳에서 영천댐을거쳐 불과 몇십㎞만 내려가면 강은 거대한 하수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감회가 새로워진다.

김모할머니(67)는 "몇년전만 해도 빨래감에 고기가 엄청나게 달려들곤 했다"며 "요즘에는 고기가 없어 빨래를 하기에는 편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고했다. 물이 아직도 깨끗하기는 하지만 예전같지만은 않다는 얘기다.영천댐을 지나 하류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속칭 '섬마을'로 불리는 영천시고경면 창상동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호강과 샛강인 수성천에 둘러싸여 섬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60여호의 농가 대부분이 과수원을 하고 있는데 마을앞 강의 모양새는 말이 아니다.

겨우 5m도 채되지 않는 강폭에다 썩은듯한 물줄기가 시냇물을 연상시키듯졸졸 흘러가고 있다. 또과수원에서 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농약도 만만치않게 들어있음을 느낄수있었다. 주민 이우윤씨(58)는 "이게 강이라고 할수있습니까"라면서 "80년 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강을 건너가지도 못했고, 장마때면 마을이 떠내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물피해가 줄어들었다는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인간의 손길이 자연계를 망쳐놓았다는 점은 반드시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인 것이다.

3사관학교를 지나 영천쪽으로 내려오면 점입가경이다. 대구의 동촌유원지나 아양교와 별로 다를바 없다. 강물은 썩어가고 하천바닥에는 남조류와 수초로 가득하다. 영천시 조교동 단포교아래에는 고여있는 물이 태반이다.금호강의 본격적인 오염이 시작되는 지점이라는게 낙동강생태조사팀 유승원박사의 얘기다. 그는 이곳에서부터 대구초입까지가 금호강의 새로운 오염원이라고 덧붙였다. 대구는 이제껏 오염관련 사건이 자주 불거져 미약하나마보완책이 갖추어졌다고 하지만, 이 곳은 처음부터 아예 관심밖이었던 만큼새로운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다고 했다.

단포교에서 불과 몇㎞만 내려오면 이곳이 심각한 오염지역임을 알수 있다.장천동은 강이 굽이치는 곳이어서 인근 절벽의 경치가 일품이고 수량도 풍부하다. 그러나 검은 빛깔을 띤 물은 냄새가 나고 더럽다. 이부근에는 1천마리이상의 돼지사육 대형축사가 3군데나 되고 자그마한 축사는 부지기수다. 이들 축사에서 나오는 오물등은 정화과정없이 그대로 배출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고경공단및 인근 공장에서 쏟아지는 폐수도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이다. 주민 이모씨(60)는 "새벽 2~4시쯤이면 강물이 뿌옇다가 오전 8~10시쯤되면 강이 겨우평소대로 돌아온다"며 인근공장들의 무단폐수방류를 나무랐다.

영천중심가를 지나 금호읍 구암동에 다다르면 영천시 하수종말처리장과 분뇨처리장이 나란히 서있다. 이곳에서도 주민들의 고발성얘기가 재미(?)를 더해준다. 지난해 이곳에서 한 농부가 강물을 끌어올려 논에 대다 나락이 죽어넘어져 농사를 몽땅 망쳤는가 하면 분뇨처리차량들이 하수종말처리장옆에서찌꺼기를 내다 버린다는 것이다.

자연생태조사팀의 이정호박사는 90년과94년의 오염수치를 비교해보면 하류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중류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이곳의 생활오수및공장폐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도 정화시설이 뒷받침하지못해 그대로 금호강으로 방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산시의 남천하수종말처리장은 87년 완공해 2차례의 증설공사끝에 1일 7만t의 처리용량을 갖고 있다. 경산시에서 배출되는 1일하수 6만6천t을 처리할수 있다지만 처리장에서 정화된 물도 오염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리장아래 위는 육안으로도 별다른 차이가 없고 고기가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사실도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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