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전직대통령 구속

검찰이 오늘 노태우전대통령을구속한다. 이것은 전례없는 강력한 검찰권의 행사로 '법앞에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는계기가 됐고 검찰 스스로는 '권력의 시녀'라는 과거의 멍에를 깨끗이 벗어나진정한 독립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노씨 비자금을 수사하더라도 검찰이 노씨를 구속하는 상황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거의 없었다.지난달 19일 국회서 노씨 비자금문제가 불거진뒤 13일만인 지난1일 노씨를검찰로 소환하면서부터 검찰의 수사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지만 다시 보름만에 노씨를 소환해 구속까지 결행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동안 여론이 노씨의 구속수사를 강력히 요구하며 검찰수사에 압력을 넣었지만 그래도 노씨의 구속여부엔 의구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일부의 반신반의마저 완전히 씻어 버리는화끈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검찰은 노씨에 대한 적용법률도 무기징역까지 처할수 있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죄를 택해 중형으로 다룰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같은 중벌을 구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검찰사상 최대규모의 수사를 벌여 확실한 혐의사실들을 상당히 확보해 놓고 사건이 사건이니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있는 것 같다.

검찰의 수사에 따르면 노씨는 구속을 피할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비자금의 일부를 동생과 사돈을 통해 부동산투기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확인함으로써 그가 과연 전직대통령인가를 의심할만큼 부도덕한 사람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그는 아직까지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실을 밝히지 않고 변명을 하고있다는 것이다.앞으로 검찰은 아직도 정직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노씨에 대한 강력한 응징은 물론이고, 노씨의 그늘에서 사리사욕을 채운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조사도 철저히 해서 예외없는 사법처리를 해야한다. 노씨 비자금수사는 지금절정에 이른 셈이다. 이제부터가 검찰로서는 더욱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스위스은행으로의 비자금 유출여부등 미확인된 숨은 돈을 찾아내는 일이 남아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검찰에 부담을 주고있는 것은비자금의 사용처 조사다.특히 여권에 92년 대선자금등 많은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전직대통령 구속이라는 강력한 검찰권행사를 한 검찰이라면 이제 마음만먹으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문제의 제기라고 할수있다. 이제는 전직대통령 구속이라는 큰 일 못지않는 커다란 결론을 내릴 준비를 해야할 때다. 획기적 출발을 훼손시키는 지저분한 결론이 나오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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