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85)-제9장 죽은 자와 산자 ?

경주씨가 소반에다 소주 한병, 김치, 종이컵, 젓가락을 얹어온다. 그걸 장구와 내 앞에 놓는다. 잔이 세 개다."경주씨도 한잔하시겠다구?"

짱구가 묻는다.

"왜, 난 마시면 안되나요? 나도 마시고 좀 취해야겠어요" 경주씨가 종이컵세개에다 술을 친다. 짱구를 본다. "짱구씨는 앞으로 어떡할 작정이세요? 계속 여기 숨어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나도 그 문제때매 한 잔 꺾기로 했수다. 이럴 때 고아 출신이 서럽군요.연고지는 저 남쪽 항구인데, 성님 잃고 거기 내려가면 뭘하겠수" 짱구가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 자기 잔에 술을 친다. "머리에 붕대라도 풀게 되면 일단마두 고향 아우라지로 가겠어요. 숨어 있기에는 거기만한데가 없을거요. 거기서 시간 좀 죽이며 장래 계획을 세워볼래요. 그동안 내 밥값은 내가 내리다"

"시우씨를 고향으로 보내야 하니 잘됐군요" 하더니, 빙긋 웃는다. "장씨,우리한테 낼 밥값은 있어요?"

"참, 어음 하나 와리깡(할인)할 수 있을까. 양주 납품하고 받아둔건데. 입금시키느니 내가 쓰지 뭘"

"그것 바꿔쓰면 단박 추적 당할텐데. 범인들 그러다 꼬리잡히는 것 못봤어요"

"관두슈.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내일 알만한데 삐삐칠래요. 걔들이 꺾어줄겁니다. 와리깡하면 내가 여기 얼마 정도 자선할 수도 있수다. 됐죠?""선심쓰시네. 정선 아우라진가, 거기 갔던 이야기나 해줘요. 거긴 어때요?"

"우리가 도착한 날이 추석 전날이기도 했지만, 산골 인심 한번 푸짐합디다. 싸리골이 열 가구 남짓한데 너것 내것 없이 한 집안 식구처럼 살아요.이장인가 하는 분이, 마두 돌아오고 손님왔는데 먹거리들 가져오라고 말하자, 우르르 나가더니 부침개며 떡이며 과일이며 술이며 막 내옵디다. 찬밥신세로 자란 내 같은 놈한텐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수다"

짱구가 술잔을 비워내며 떠벌린다. 끙끙 앓던 조금 전이 언제였나싶다. 나는 아우라지로 가고싶다. 이제 짱구와 함께 아우라지로 돌아가게 되었다. 할머니가 나를 아주 못 알아보기 전에 나는 아우라지로 가야한다."거긴 아직 농촌 공동체가 남아 있나보군요. 우리가 시급히 회복해야 할문제가 바로 공동체사회의 건설입니다. 여기 이렇게 희망없이 고단하게 잠든이 사람들을 봐요. 국민소득 일만 달러를 구가한다는 풍요로운 사회가 이 사람들을 방치한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이런 이웃을 버려두고 나만 잘살면 뭘해요. 장씨, 그렇잖아요?"

"말해서 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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