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시간과 건축

건축이 잘되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과 속도, 기간과 리듬이 요구된다. 5분 요리된 밥은 항상 딱딱하고 30분 이상 요리된 밥은 너무 질거나 타 버리게 된다. 밥을 짓는 시간은 종류에 따라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 이상의시간도 그 이하의 시간도 요구하지 않는다.밥에 비해 더욱 진지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축 역시 알맞은 시간과 속도가 필요하다. 즉 자료를 연구하고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시간, 이를 깊이 생각하고 하나의 종합이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그리고 이를 건설하기 위한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사람들은 너무나 우둔하고 어리석게도 건물을 착실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 조정에 실패할 경우가 허다하다. 마치 즉석요리를 만들듯 그들의 개념은 성급하게 요리되어 버리거나 즉시 건물이 지어지고, 또모든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즘 우리 주변의 건축물들은 바로 외판원이 판매한 건물들로 되어 버렸다. 즉, 외판원들은 건물을 어디에, 어떻게 짓는지를 알고 생각하는 시간과경비를 절약하기 위한 규격품을 판매함으로써 건축의 가치를 값싸게 만들어버렸다. 이렇게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또한 그들은 이를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싫어하는 사회에, 우리 사회의 정신적영양분은 가정용 홈 멜로 드라마이고 물질적인 영양분은 패스트푸드라고 응답한다. 이들은좋은 밥이 얼마나 풍요롭고 경제적인지를 모른다. 또한 시(시)가 몇 안되는 단어로 얼마나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건축이 얼마나 단순하고 간명해 질 수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미래의 건축은 마음속에 있다. 또 미래를 생각하고 이 생각을 건설하고 꼭 필요한 시간을 바칠 수 있는 건축가들에게 달려 있다. 이들은 자연과화합하면서 항상 인간을 그 중심에 두는 사람들이다. 건축은 바로 아름다움을 추구하여 이것을 인간에게 제공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간명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진실된 건축을 위하여만들어진 관념은 영속성이라는 향기를 지니고 오래지속되면서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건축가·경북산업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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