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80년 광주와 집권당

"15년이 지나서야 영령들 앞에 저들을 단죄하노라고 고할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여기까지 오기에도 너무나 많은 힘든 고비가 있었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신한국당의 강삼재사무총장을 대표로한 41명의 참배단은 22일 광주 망월동묘역을 방문,이같은 내용의 추도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80년 5월 '그날의광주'이후 여당이 망월동 묘역에 공식 참배하기는 이번이 처음. 실로 15년만에 집권당과 광주와의 화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20분간의 참배및 묘역순회도중강총장과 일부당직자들은 묘역을 쓰다듬기도 했고 일부 동행인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5.18유족대표가"정말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건네오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와 집권당의 이날 화해는 아직까지도 서먹하고 어색한 모습이역력했다. 신한국당이 당초 이날 참배를 5.18특별법제정등에 따른 호남 정서떠보기식의 정치적 의식으로 준비했던 점은 '애교'로 접어두더라도 여전히 '자신없는' 참배길이었다.

광주공항 앞에 대기시켜둔 2대의 수행버스에는 전혀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바꾼 당명은 어디에도 찾을수 없었다. 버스는 또한 5.18특별법제정만큼이나 '우회로'를 택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망월동 묘역으로 오는세갈래 길중 담양~본촌~망월동이라는 가장 먼길을 돌아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가 참배를 마쳐야만 했다. 2대의 전경버스가 뒤따르고 후문주위에는5대에 분승한 전경차가 긴장속에 호위하고 있는 가운데였다.광주의 표정도 두가지로 엇갈렸다. 5.18특별법제정 공대위측은 이날 참배가 끝나고 오찬을 함께 하는 시간, 강총장과 은밀히 만났다. 일련의 조치에사의를 표했을것이란 추측이다. 그러나 같은 시각, 오찬장 주위에는 광주~전남지역 총학생회연합(남총련)학생들의 '특검제도입'을 요지로한 시위가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함께 펼쳐지고 있었다. 이미 공항에서 한차례 남총련학생들에 의한 작은소동이 있은 뒤였다.

양측의 이같은 서로 다른 감정은 여전히 '사심없는 역사 바로잡기'가 제대로 가야 할 대목임을 반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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