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한하운은 1919년 3월 함경남도 함주군에서 태어나 57세로 타계했다.그의 가계는 과거를 3대나 급제한 선비집안이며 토착부호였다. 14세때 원인모를 나병이 발병하여천형(天刑)의 한에 몸부림치며 주옥같은 시를 남긴 문둥이시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몸은 비록 천형병(天刑病)에 시달렸으나 시정신은 청정무구했다. 나환자라는 체험을 바탕으로 원색적인 인간 비극에의 한을 감상성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서정세계를 노래했다.
첫 시집 '한하운 시초'에 수록된 대부분 작품은 나병환자라는 자신의 기구한 운명과 처절한 체험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시가 /나는/나는/죽어서/파랑새 되리/라고 노래한 '파랑새'이다. 병마에 시달리는 그였지만 정신은 파랗게 비상하고 있었다. 푸른 하늘, 푸른들에 그의 푸른정신과 푸른 노래와 푸른 울음에 한데 어울려 오래오래 메아리쳤던 것이다.두번째 시집 '보리피리'는 격정의 미학과 음률의 미학이 잘 조화된 작품으로 감동을 주었다.부제를 '소록도로 가는 길에'라고 한 시 '전라도 길'은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고 하여 고독과 비애와 그리움을 안고 소록도로 떠나는 비참한 심정을 승화시켰다.한하운은 자연을 사랑하는 여유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일신에 병이 든 연후로는 자연을 더 아름답게 관조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한마리의 새, 한송이의 꽃, 이름 모를 풀에까지 신비의입김이 서려있지 않은 것이 없다고 했다. 천형의 원한에 울다가도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자위하며 시심을 키웠던 것이다.
물질 문명이 팽배한 오늘날, 천형의 비극을 이겨내고 나환자의 고통을 시로써 잘 승화시켜 사회의 메말랐던 인간애를 증진시킨 이 땅의 '파랑새' 한하운의 시적 성과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한다.〈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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