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진.선봉을 가다

"황량한 벌판...인적 드물고..."

북한은 91년부터 나진 선봉지구를 자유무역지구로 선포하고 현재 외국투자유치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나진 선봉지구의 투자를 위해 중국 길림성 愛民醫院의 독일인 안셀모씨가 4월26일부터 29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장춘에서 그를 직접 만나 4일동안 보고 느낀 일들을 적은 비망록을 입수 정리, 3회에 걸쳐 연재한다.

4월25일 목요일 오전. 북한으로 통하는 도문으로 가기위해 우선 장춘에서 연길까지 가는 비행기를 탔다. 50분만에 연길에 도착, 도문까지 기차로 13시간을 달려 26일 아침에야 도문에 다달았다.북한으로 통하는 굉장히 긴 도문교를 걸어서 우리 일행은 북한측 검문소에 도착, 짐검사를 받았다. 까다로운 검사는 없었다.

북한땅 남양에 도착하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대외경제 협력 추진위원회 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지프를 준비하고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북한측이 나진 선봉지구 투자유치에 얼마나적극성을 띠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행동이었다.

우리들은 낡은 지프를 타고 나진 선봉지구를 향했다. 남양에서 나진 선봉지구까지 가는 길은 완전 비포장이었다. 우리들은 먼지와 울퉁불퉁한 도로때문에 2시간 정도면 달릴수 있는 거리를 무려 4시간이나 걸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축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나는 4시간을 달리는동안 북한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를 보면서 사진을찍으려고 카메라를 찾았으나 도착할때까지 사진촬영은 금지한다며 안내원이 제지했다.차를 타고 가는 동안 들에서 일하는 북한사람들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입고 있는 옷은 중국 농촌지역인 길림성 사람들의 옷차림보다 더욱 초라한 모습이었다. 더구나 색깔도 모두들 짙은 무채색옷을 입어 그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다.

간간이 보이는 아파트들은 거의 페인트가 칠해지지않고 비닐이 유리창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들아파트들은 전문인이 설계에 따라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지은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언제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줄 정도였다.

가장 놀란것은 나진 선봉지구로 가는 길목인 이 도로에 공사장부근에서 흔히 볼수 있는 덤프트럭하나 볼수없다는 사실이었다.

나진 선봉지구에서 활발하게 공사가 이루어지면 이지역에 각종 자재를 실은 덤프트럭이 지나갈듯도 한데 나진지역이 가깝도록 트럭은 한대도 만날수 없었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거의 없어 나진선봉지역이 북한이 계획하는대로 잘되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북한은 투자유치가 제대로 되지않아 나진 선봉지구의 규모를 축소했다는 것이다.다만 나진지역에 도착하니 10층이상 규모의 새로 지은 호텔이 눈에 띄었다.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호텔이 유일하게 자유무역지구라는 사실을 느낄수 있게해줄 정도였다.

자유무역지구 주변은 2m50㎝이상의 전기철조망이 처져있고 군인이 경비를 서고 있는 살벌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리주연 서기장과 복조일 위원이 우리를 맞으러 나왔다.이들은 외국생활을 오래한 탓인지 영어가 능통하고 외모도 아주 깔끔했다. 우리 일행은 고위당원들이 전에 사용했다는 별장으로 안내됐다. 지금은 별장이 아니라 외국 투자상담인이 오면 전용숙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별장은 방과 주방 거실등이 아주 넓고 호텔급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넓은별장에 우리일행 밖에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묵는 며칠동안 다른 나라에서 온 투자상담객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저녁은 한국식과 서양식을 곁들여 내놓았는데 서양식으로 빵종류와 버터등이 나왔다. 음식은 아주 맛있는 편이었다.

〈金順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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