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世風

"淸淨정치 小考"

淸朝에서 大官을 지냈던 紀曉嵐은 기상천외한 말솜씨로 당대를 석권했다.어느 날 아들 넷을 모두 관리로 두고 있는 집안의 노모가 80세 잔치를 맞았다. 紀曉嵐은 스스로잔칫집을 찾아 가 노인의 장수를 기원하는 축하시를 바치겠노라고 아들들에게 제의한 후, 대뜸첫행을 老娘八十不是人 (노마님의 80춘추는 사람이 아니야)으로 썼다. 만당한 하객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다. 주위의 반응을 혼자서 실컷 즐긴 다음에는 天下王母下凡塵 (하늘의 어르신이 속세에 내려오셨군)으로 써 이번엔 좌중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러나 다음 행은 四個兒子都做賊 (네 아들들은 모두 도적이 됐네)로 쓰고는 짐짓 붓을 놓고 대경실색한 좌중을 둘러본 후 혼자 가가대소했다.

뜸을 들인 후 마지막 행에서 偸了仙桃孝母親 (仙桃를 훔쳐 모친에 효도했구나)이라고 쓰자 하객들은 그때야 비로소 안심하고 박장대소했다.

정말로 난해한 修辭

모 야당총재가 특유의 능란한 말솜씨로 내놓은 지역간 정권교체론 을 보면서 중국의 민담 하나를 소개한 것이다.

지난해 지방선거때 그 총재는 지역등권론을 내놓아 국민전체를 어리둥절하게 한 이후 수평적 정권교체, 지역간 정권교체론, 지역연합론 거국내각론, 영남배제, 영남협조등 참으로 막히지 않는 논설로 국민들을 중국 잔칫집 손님들처럼 가슴을 졸였다 폈다하게 한다. 대통령을 지역간 순번제로하자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국민의 다수의사로 결정돼야 할 정권선택을 놓고 어느 지역의 배제또는 협조를 거론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정말 난해한 수사다.

어려운 귀절은 또 있다.

일제 35년보다 긴 영남통치 37년 등등은 이민족의 지배사와 민족사를 시간개념에서만 봤다는 뜻인지, 잔칫집 아들들을 몽땅 도둑으로 몰아붙인 세번째 행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빨리 마지막 행으로 풀어 줬으면 하는 마음 이다. 그의 설명이 없다면 그의 논리를 정치적으로 이해할 뿐이다.우선은 총선이후 자당내에서 불거지고 있는 2선퇴진론등 당내의 도전움직임부터 제압하자는 것일게고 또 야권연합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은 지역간 정권교체론을 통해 도전세력들의 명분을희석시키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능적 방어논리 불과

최신작인 거국내각론이란 것은 총선 이후 취약해진 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고 집권을 향해 최선을다해 본 후 그래도 안 되면 차선책으로 권력분점을 통해서라도 집권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물론 실현가능성 여부는 별개의 테마다.

어쨌거나 어느 시각의 분석으로도 목표는 집권이란 단어로 집약된다.

그러나 이를 쳐다보는 여권의 시각이란 것도 알고 보면 제 손아귀의 떡만 빼앗기지 않겠다는 식의 본능적인 방어 논리에 다름아니다.

야권연합론이란 것이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고리로 했을때 당내의 대구.경북세력들과 민정계의 이탈등 여권교란용으로 작용될 가능성만 극도로 경계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곳에서도 국민을 위한 논리는 설 땅이 없다.

결국 국민일반의 보편적인 사고구조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현란한 그의 수사들은 당면 정치상황과 연계한 그의 정치적 좌표를 대입해봐야 맞든 그르든 정치적인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멍석에서 해결해야

정치인의 궁극적인 목표가 집권에 있음은 당연이전의 사실이고 그런 관점에서 국민들이 특정인의현란한 수사를 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때와 분위기를 잃게 되면 그 다음은 별개의 차원으로접어들 수 있다.

새 국회협상은 팽개친 채 오늘도 15대 국회 여야는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다.

또 수십만의 군중을 동원, 장외집회를 벌이면 그것이 정치공해와 무엇이 다를까. 치고 받는 육탄전을 벌여도 깔아 놓은 멍석에서 해야 격이 맞다.

淸淨정치는 우리에게는 영원히 이상으로만 존재하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