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팽의 피아노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회의 레퍼토리를 구상하면서 한번쯤은 떠올려보는 작품이 쇼팽의 작품일 것이다.

쇼팽은 피아노만이 자신의 언어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악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피아노 작품만 썼다. 피아노에만 몰두하면서 피아노가 가진 악기로서의 모든 가능성, 새로운 음색의가능성, 새로운 하모니, 그리고 새로운 소리의 세계들을 피아노의 건반위에 펼쳐보였다. 그래서쇼팽이 태어난 폴란드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쇼팽을 자랑하고 있다.지난해 국제쇼팽협회 초청으로 쇼팽의 생가에서 독주회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쇼팽이 태어난 집에서 그를 기억하며 그의 작품들을 연주한 그때의 감회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쇼팽은 체격이 작고 연약했으며 폐병환자로도 알려져 있어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여성적이고 섬세하고 부드럽다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품속에서 만나는 쇼팽에게서 우리는 위풍당당함과때로는 지극한 애절함이나 넓고 깊은 절망감등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그의 마주르카나 폴로네이즈 는 조국 폴란드에 대한 사랑과 동경의 표현이다.

지난해 연주회때 기념으로 가지고 온 쇼팽의 모형 석고손을 보며 결코 돌아갈 수 없었던 그의 조국에 대한 향수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회상의 애달픔 등으로 그가 감수해야 했던 고독감과 절망감을 생각한다. 일제치하의 우리 옛 선배 음악가들도 그러한 애환을 가졌으리라.폴란드의 지폐에는 앞면에 쇼팽의 얼굴이, 뒷면엔 그의 폴로네이즈 악보가 그려져 있다. 우리의지폐에도 세계에 자랑할만한 음악가가 그려질 미래를 기대해 본다.

〈피아니스트.계명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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