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國恥日도 잊지말자

"부끄러운 과거에서 歷史배우기"

[국치일을 아십니까]이날은 달력에도 나와 있지 않다. 그래서 국치일이 무슨날인지, 국치일이 몇월몇일인가를 아는 사람이 없다. 국치일(國恥日), 말 그대로 나라가 욕을 당한 날이다. 1910년 8월29일 한국의 국권말소가 발표됐고 이날이 국치일이 됐다. 일명국망일(國亡日). 일제 지배가 시작된 바로 그날이다.

치부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심리 때문인가. 국치일은 우리 기억에서 거의 잊혀졌다. 해마다 8월이면 우린 광복의 기쁨만 노래하고 나라 잃은 아픈 기억을 되새기지는 않는다. 광복51주년을 맞아 매일신문이 한국근현대사를 전공하는 전국 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한결같이 국치일도 꼭 기억하고 기념해야한다 고 지적했다. 논리는 분명했다. 자랑스런 역사에서도 교훈을 얻지만, 부끄러운 과거를 통해 더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윤병석(尹炳奭.65) 인하대 명예교수는 역사를 알아야 나라를 사랑하고 거기에서 나라 지키는 힘이 생겨난다 며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치일을 알아야 한다 고 했다. 조동걸(趙東杰.63.국민대)교수는 국치일을통해 일제의 악랄한 침략상을 기억하고 대한제국이 망해가는 과정에서 역사의교훈을 얻어야 한다 고 했다. 박찬승(朴贊勝.40.목포대)교수는 일본이 원폭투하, 미국이 진주만 기습을 기념하는데 우리는 왜 국치일을 잊고 있는가 라고 안타까워 했다. 도진순(都珍淳.38.창원대)교수는 8월15일에서 29일까지를 식민해방기간으로 정해 의미를 되돌아보든지, 국치일을 우리사회에 퍼져있는 일본문화청산일로 제정하는 것도 좋다 고 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해마다 태평양전쟁 발단인 하와이 진주만 피습일(12월7일)에 대대적인 행사를 갖는다. 일본 역시 히로시마 원폭투하일(8월6일)에 총리등이 모여 원폭 희생자 및 평화기념식 을 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남 보기에부끄러운 역사인데도 내심 팍스 아메리카나 신대동아공영권 건설을 위해과거를 활용하고 있다. 치욕의 역사 기념일은 국민 통합에도 큰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폴란드는 아우슈비츠 해방기념일(1월27일)에 나치악몽을 되새기는 기념식을 전국에서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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