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死境의 지역경제-지역기업 제품 외면

"소비자들 [地方産]홀대 심하다"

대구인근에서 전통음료를 만드는 ㄱ씨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지난 3월 20억원을 들여 음료60만캔을 생산할때만 해도 크게 히트칠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엄청난 착각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10만캔이상이 창고에 수북이 쌓여있다.품질이 떨어져서가 결코 아니다. 대기업들의 엄청난 물량공세도 큰 타격이지만 소비자들이 촌제품 이라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유독 지역제품만 비켜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리점 숫자도 턱없이 줄고 다시 영업할 자금도 없다. ㄱ씨는한숨만 쉬는게 하루일과라고 했다.

이는 비단 ㄱ씨만의 고통은 아니다. 회사문을 닫고 구멍가게나 해야겠다는 기업인들이 부지기수이다. 힘들여 제품을 생산해봤자 상품하나 변변하게 내놓을곳도 없고 지역민들에게 더 이상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기 싫어서이다.

내의업체 영업부장인 ㅇ씨는 끊었던 담배도 두갑이상 피우고 홧김에 마시는 술도 잦아졌다. 얼마전 백화점으로부터 납품을 그만하든지 아니면 브랜드명을 바꿔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가지도않는 제품을 매장에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이유이다. 10년 전통의 브랜드를 떼내고 부랴부랴 소비자들의 기호에(?)맞게 상표를 이상야릇한 외국문구로 바꿔 겨우 납품했다. 불과 한달도 안돼 제품이 팔리더라며 왠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지역제품 기피는 한때 전국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지역업체들마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케했다. 애써 자체상표를 고집하기보다는 차라리 이윤은 적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게 백번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

지역업체가 살아남을 길은 지역민들이 이들 제품을 애용해주는 길밖에 없다.

지역경제전문가 ㅇ씨는 굳이 지역상품을 고집한다. ㅇ씨는 작년초에 구입한 지역업체 반도광학의안경테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손수건도 지역의 서도산업 제품을 애용한다. 또 사무실책상옆에는항상 지역의 협립우산 4~5개를 비치해두고 있다. 타 시도 손님이나 외국인들이 사무실을 방문할때 지역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한 무역회사 경리부에서는 모닝커피타임을 능금주스타임으로 바꿨다. 또가끔씩 있는 술자리에서는 꼭 참소주나 독도소주를 마신다. 이윤이 지역기업에 돌아가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자연 세금도 적게 낼수 있다는 작은 경제를 손수 실천하겠다는 마음에서다. 최근지역에서는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직장인협의회 구성운동이 싹트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소비자가 경제의 진정한 주체가 되겠다는 자각의 신호탄이다.

일제시대 물산장려운동의 본산인 대구도 이제 시민들이 뜻을 모아 지역기업을 살리는 신물산장려운동 을 벌일때이다.

시민운동에는 기업인들의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대다수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지역에서 만든제품인지조차 모른다고 한다. 지역기업도 소비자PR시대에 맞춰 상품홍보에 나서야 한다. 경영혁신과 신기술개발로 생산원가를 낮추고 양질의 상품을 생산할 때 소비자들의 손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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