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春秋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그치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해바라기는 이미 농구선수 키보다 더 자랐고 빨간 고추는 따서 말리기 시작했다. 누런 호박이 나자빠져 있는 곳에 다시 푸른 호박 덩이가 생기고 있다. 아직 가을 징조는 뚜렷이보이지 않으나 우선 기온이 한여름보다 뚝 떨어져 살 만한 기후다.

매미 소리 여전하고 고추잠자리 여러차례 공중을 배회한다. 감알이 굵어졌고밤송이 제법 달려서 이번 추수 무렵이면 먼저 본 놈이 임자일 것이다. 목공소에서는 목수 아저씨 못치는 소리가 탁탁 들린다. 어서 돈벌어서 딸아이 시집보내야지 하는 소리같이 들린다.

흰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이름모를 새 한마리 원을 그리다가 어디론가 날아간다. 햇볕은 따갑다. 이 따가운 햇볕이 식물의 열매를 익게 하고 농부들의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 할 것이다. 들판 너머 보이는 대가천에는 이젠인적이 드물다. 여름 동안 북적거리며 민물고둥이나 피라미를 잡던 곳에 까만염소 한마리만 보인다.

사람들이 이렇게 계절에 민감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인생도 계절처럼 늘 청춘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시절 되돌아보니 봄여름처럼 정신없이 달려 온 것같다. 그림이 뭔지 예술이 뭔지 몰라도 후회는 없다.

이젠 삶의 새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더욱더 냉정해지든지 아니면 좀 더 인간답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작업실의 그림들이 우울해 보인다. 감정이입이라 사랑이 부족한 탓이다.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는 이도 있지만 나는 한여름의 끝에 서 있다. 개 같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누군가에게 연애 편지라도 쓰고 싶다.

〈서양화가〉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