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木曜칼럼-世風

"꾸민다는 것"

이제 가을이라서 길가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옷차림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으나 지난 여름은 정말 야단스러웠다. 특히 여인들의 내노라하는 성장은 마주오는 사람의 눈둘바를 모르게 했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의상을 말하고 화장을왈가왈부하는 것은 실없고 당찮은 일이긴 하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솔직한소감을 밝히는 것은 크게 주제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실패한 얼굴들의 활보

꾸밈이 지나친게 아닐까. 수식은 본체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 얼굴화장은 얼굴을 아름답게 나타내려는 의도이고 의상장식은 몸매무새를 돋보이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수식이 지나쳐 본체를 죽여버리면 그런 수식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짙은 화장으로 어디까지가 화장이고 어디부터가 얼굴인지 찾아내기 어렵다면 그 화장은 실패다. 이런 눈을 갖고 거리에 나서보면 실패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제얼굴 갖고 다니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좀 과격한 표현을 쓴다면화장품회사의 마네킹들의 왕래가 있을 뿐이다.

지나친 꾸밈이 얼굴이나 옷치장에만 있다면 걱정거리가 될수는 없다. 그러나우리의 구석구석에 이미 이런 거품은 여러가지 색깔로 차여있다. 가깝게, 정치가 뼈는 없는채 말의 성찬으로 흐르고 있는지 오래고 경제는 괜찮아 괜찮아 하다가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 언제까지 헤매야 할지 기약이 없다. 사람과 사람의관계도, 생각과 생각의 만남도 실속은 멀리하고 허풍선이다. 온통 정감의 과잉이다. 속은 찼으면서 겉에 약간 거품이 있다면 간단한 손질로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속도 빈 채 겉까지 야단스러우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거품외양의 부작용

멀리 있는 예를 가져올 것은 아니다. 우리가까이를 돌아보자. 최근 우리문학수준의 바로미터라는 동인문학상(東仁文學賞)의 올해 수상자로 소설가 이순원(李舜源)씨가 결정됐다. 수상작품은 그의 중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무늬 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 가운데 이 작품이 보기드문 아름다운 소설로 평가받아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수상작에 뽑혔다는 것이다. 현대문학(現代文學)95년8월호에 발표된 이 작품은 흐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튀어나거나 흔들림없이잔잔하게 그야말로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이라고 특이한 구상을 풀어놓는 것도 아니고 읽는 사람을 감각적 언어로 빠져들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새로운 색깔의 거품도 없이 조용하게 가족의 따뜻한 유대감을 생각케 한다는 점이 장처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가만 있어라. 이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아버지가 뭔가 이해할 수 없다는얼굴로 낡은 군용담요의 한쪽 귀를 걷어 없어진 화투 한장을 찾는 모습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끝내 화투장을 찾지 못하고, 어쩌면 그 가시밭이 어머니 삶의 무늬였는지도 모른다. 밤이 깊었는데도 병실 창밖엔 아직 눈이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깨어 돌아올 새벽엔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또다른 삶의 무늬처럼 하얗게 모든것을 덮고… 병원에서 돌아오게될 어머니에 대한 새로운 기대로 이 작품은 끝마친다.

작품 여러곳에서 자식을 아끼는 어머니의 깊은 정이 감동을 주고 그런 분위기가 끝까지 간다.

진실은 內面에 있건만…

자식 다섯낳은 뱃속 들어내는게 간단한 수술이냐? 생각해봐라. 이다음 저세상가서 다시 느들을 낳을때, 그때 어떻게 느들을 낳으라고 그러냐? 차라리팔다리를 끊어내는 수술이라면 나 아무렇지 않게 그걸 받을수 있다. 그렇지만어떻게 뱃속을 들어내란 말이야. 어떻게 낳고 어떻게 키운 자식들인데… 아기집을 들어내야하는 수술에 직면한 어머니가 수술을 권하는 아들에게 거부하는목소리다. 그 말 가운데는 알아듣기 어려운 구절이 한군데도 없다. 문학작품이고 인간생활이고 진실은 평이한 속에 있지 결코 짙은 화장같은 꾸밈속에 있지않음을 말한다. 새롭다는 것도 지나고 보면 꾸밈을 하나 더 보태는 것이 된다.〈本社論說委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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