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의 소리-중앙공원에 약령시 기념비를

최근 중앙공원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단장작업에 곁들여 이곳에 대구약령시(藥令市·약칭 '영시')의 흔적을 남길것을 제안한다.영시(令市)는 17세기 중기 임의백(任義伯) 경상감사의 알선으로 감영안에 자리잡은 객사앞 광장에서 처음으로 개시됐다.

그런데 대구부사(1943)에는 '대구약령시는 조선중기 국왕의 명령에 의해서 개시되었다. 청국의 속국이었던 조선의 약재를 적기에 수집하여 조공하기 위해서다'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허무맹랑한 낭설이다.

영시의 정체를 사실(史實) 그대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영시는 계절시장이다. 여기서 '영(令)'자는 명령이란 뜻이 아니고 계절이란 뜻이다. 영시는 매년봄 가을 두차례 개시되는데 봄철에 열리는 것을 춘령시, 가을 것을 추령시라 했다. 겨우내 채취가공된 것이 춘령시에, 늦가을까지 직접 생산자가 마련한 것이 추령시에 출시된다.영시는 무려 3백40년간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어용교수를 부추겨 앞서말한 허구를 사실인 것처럼 꾸며냈던 것이다.

1657년 5월 경상감사로 부임한 임의백은 다음해 10월 객사주변 빈터에 영시를 열게한다. 영시는이후 전도민의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

따라서 중앙공원 서북편에 일정한 공간을 마련, 임감사의 기념비를 세우고 주변에 생약판매장을신축 개장하여 내방객에게 신선한 한약재를 헐값으로 공급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일제하에 강제조직된 한약상조합이 약령시 명의를 도용한 적은 있지만 역사적인 약령시는 대구에서만 유일하게실존한 숭고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권병탁(영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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