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지탐방-대구 동성로

젊음 낭만의 거리다. 특히 이맘때 캐럴이 울리고 형형색색 거리를 장식한 네온, 젊음의 하얀 입김과 연말의 훈훈한 마음들이 발길에 채일때면 동성로에 가고 싶다.

동성로는 하루 5만여명 주말이면 10만여명이 몰리는 대구의 큰거리다. 대구사람이라면 동성로의추억을 하나쯤 안 만들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좀 먼 추억이라면 크리스마스와 신정에 누리던통금해제의 짜릿한 자유와 함께 전원다방 보리수다방 녹향등 이름도 정겨운 그곳에서.동성로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성로 1, 2, 3가 공평동 문화동 일부를 말한다. 최근에는 삼덕동 너머까지 뻗고 있다. 어떤 이는 동성로가 대백프라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3년간 계속된지하철공사 때문인지 최근 동성로는 남동쪽으로만 항진하고 있다. 그래서 타지역 중심가와는 달리 반달모양이다.

업소 1천300개. 그러나 의류 구두 액세서리 커피숍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동성로하면 '소비문화'라는 단어가 먼저다. 이러한 가게의 수명은 3년. 길어야 5년이다. 실내장식 수명도 2년. 하루에도3~4군데가 개수공사를 한다.

소비문화의 대표적인 곳이 속칭 야시골목. 동인호텔 끝 금융결제원에서 토토 헤어숍-이숙자미용실을 잇는 400m. 하이 패션 저가 상품, 감각적이고 젊은 패션이면서 저가인 비(非) 브렌드를 취급하는 업소다. 24~25살 아가씨가 업소 주인이고 비슷한 또래의 '야시'들이 손님이다. 삼덕 슈퍼에서 연금후생관까지 1km 거리는 '주부 길'. 아동복과 내의등이 주종. 그 동쪽 다다문구센터에서뭉크양복점을 잇는 남북 1km는 아직 이름은 없지만 오렌지족을 상대로 한 골목이다. 록카페와룸살롱과 비싼 커피숍이 밀집해 있다. 커피값이 6~7천원. 담배 안 피는 여성이 오히려 머쓱해지는가게들이다.

그러나 동성로에 옷가게만 기웃거리는 젊은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옛 화려한 동성로문화를 잇는 극단이 있고, 클래식 음악애호가를 위한 고전음악실도 있다. 그리고 이를 즐기기 위해 동성로를 찾는 이들이 동성로를 아름답게 한다.소극장 예전. 지금도 극단 이송희레퍼토리의 '굿 닥터'가 공연중이다. 80여석. 주말이면 30~40명이찾아와 연극을 즐긴다. 이송희씨는 "동성로에는 문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탈 소극장, 누리 소극장, 극단처용 극장, 우리무대, 대백소극장등 10여곳의 연극공연장이 있던 것이 작년 대백소극장이 사라지면서 예전소극장 한곳만 남았다. 그러나 이씨는 "80년대에 비해 연극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과 극단이 늘고 있어 언제든 동성로의 문화는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맥향 이목화랑을 비롯해 80년대까지 동성로를 중심으로 즐비했던 미술전시관은 봉산동문화거리가생기면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중앙파출소와 덕산빌딩 사이 2백m에 이르는 화구(畵具) 골목은 미대생과 일반인이 많이 찾는 명물골목으로 남아있다.

고전음악실은 3곳. 올해로 50년을 맞는 녹향과 38년된 하이마트, 그리고 객석. 하이마트에선 한주에 7~8개 고전음악동호회들이 강의도 받고 감상회도 즐긴다. 3대째 맞고 있는 주인 김순희씨(51)는 "이상하게도 최근에는 주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아마도 동성로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많이도 남아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한다.

80년대 초 '해오라기' '빅토리'등 20여군데 성행하던 팝음악실은 '행복의 섬'과 '포그니'등 3~4군데 줄어들었고 삼덕동 대구은행 삼덕지점 옆길에는 애시드, 우드맥등 중고레코드 판매 골목이 형성되고 있다. 이카루스등 팝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는 새로운 전문골목이다. 영화관 7개와 학원서림제일서적등 10여개의 서점들이 동성로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동성로에서 문화를 찾기는 사실 어렵다. 미대생 이미향씨(23)는 "옷 살때만 동성로에 나온다"고 했고 고전음악감상실 객석의 대표 황원구씨는 "동성로에 문화가 있다면 음식문화 음주문화패션문화일 것"이라며 극언(?)을 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회등 시민단체들은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추진중이다. 연극 영화 그림전시등이 매일 열리는 공간이다. 열린공간Q의 대표 김성익씨는 "대구를 빗나가는 아트영화가 1년에만도 10여편이 넘는다면서 이를 수용할 공간이 변두리가 아닌 동성로에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리연극과 팬터마임 화가들이 들어찬 동성로. 문화로 숨쉬는 동성로가 필요한 때다. 〈金重基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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