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2-檢·警은 엄격한 증거주의를

공판전의 증인신문제도를 규정해 놓은 형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져 이 조항을 활용해온 검찰의 공소유지가 한층 더 어렵게 됐다.

더욱이 내년부터 시행되는 '영장실질심사제도'만 해도 검찰이나 경찰은 수사단계의 피의자 신병처리문제부터 당장 큰 애로를 겪는 판에 비록 물증은 없으나 심증이 충분히 인정되는 사건의 경우 어렵게 증인을 찾아내 피의자나 피고인을 유일하게 유죄로 이끌어낼 수 있는 '공판전 증인신문제도'를 활용할 수 없게 된 마당이니 검찰이나 경찰의 입장에선 무척 곤혹스럽지 않을수 없게됐다.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린 형사소송법상의 이 조항은 특히 당사자간에 은밀하게 이뤄지는 뇌물사건등에서 피의자가 혐의자체를 완강히 부인할 경우 목격자등의 증인을 확보, 공판에서의 증언번복을 우려해 공판이 열리기전에 판사앞에서 미리 증언을 얻어뒀다가 유죄증거로 삼아온 필수불가결한 공소유지수단이었다. 이 조항이 위헌이라면 이젠 검찰로서는 '미묘한 뇌물사건'등의 수사는 사실상 포기해야할 경우도 많아질 형편이기 때문에 검찰로서는 이만저만 어려움을 겪지 않을수 없다. 그렇잖아도 대법원이 '영장실질심사제'를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하면서 '도주및 증거인멸'을 판단할 구체적인 사례까지 적시해놓고 있자, 일부 검·경 당국자들은 이제 웬만한 사건의피의자는 아예 체포 구금 그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자포자기적인 움직임마저 일고있다고한다. 이런 판국에 객관적인 여러 정황으로 볼때 분명 범인임엔 틀림이 없는 피의자에 대한 물증이 없으면 아예 기소조차 못하고 풀어줘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검·경은 헌재(憲裁)나 대법원의 피의자 인권보호차원의 조치들에 대한 불만만 늘어놓을계제가 아닌 시대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동안 검·경의 수사관행은 극단적으로 말해일제잔재에서, 군사쿠데타로 탈취된 정권아래에서, 조그만 혐의만 있으면 피의자를 무조건 불러족치면 된다는식의 안이한 태도를 취해온 것도 사실이 아닌가. 특히 '정치적 사건'의 경우에서 우리들은 이같은 막무가내식 수사행태를 경험해온 것도 사실이고 그 관행은 일반 피의자를 다루는방식에도 적용해온게 우리의 수사현실이었다. 그러나 사회가 점차 밝아지는 열린사회로 가는 마당에선 우선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이같은 수사관행에 저항할 것은 뻔한 이치이고 이 강도는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변화추세에 따라 이번과 같이 피의자인권 또는 방어권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공판전증인신문제도'의 위헌결정은 매우 시의에 맞는 적절한 판단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또 이 결정을비롯한 최근의 피의자 또는 피고인 인권보호를 위한 사법당국의 일련의 조치는 수사관행의 대변혁과 엄격한 증거주의, 과학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는 경종으로 검·경당국은 겸허하게 수용하고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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