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계 결산-가정속 함몰 탈피해야

올해도 여성들의 활동과 사회참여 욕구는 높아졌지만 막상 사회적 역할은 주어지지 않았고 명예퇴직등의 영향으로 고개숙인 남편이 늘어나면서 가정의 위기 또한 심각했던 한해였다.아직도 대부분 여성들은 가정에 함몰된채 사회와 유리돼 살고 있고, 일부 여성들은 사회로 나오긴 했지만 막상 받아주는 곳은 여성들의 소비파워를 상품과 결합시킨 백화점이나 댄스강좌 등으로 대표된다. 각종 볼런티어 현장에 여성들의 손길이 필요하지만 늘 봉사활동을 하던 여성들이수고할 뿐 새로운 여성인력 발굴이 쉽지않다.

'백화점에서 노는 주부가 늘어난다'는 유행어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침 일찍 백화점에 나와서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좌를 듣고,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미끼 상품으로내놓은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새로 나온 옷이나 상품을 입어보고 만져보고,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 뒤 집으로 향한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좌도 전통교양 강좌가 힘을 잃은지는 오래이고, 워킹·메이크업·댄스 등자기표현이나 스트레스 해소용 강좌에 몰려든다. 한 백화점의 마카레나 댄스 공개강좌를 듣기 위해 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서고, 순식간에 4백명의 수강생으로 가득찼다.범물동에 사는 한 주부는 "한창 마카레나 댄스가 열풍을 일으킬때 그 춤을 모르니 이웃 아줌마들의 대화에 끼일 수 없어서 결국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4월 총선때는 90%%이상의 선거운동원이 여성이었으나 막상 사회적인 의식없이, 후보자와의안면에 의해 일하고, 선거가 끝나면 가정으로 되돌아가버리니 어떤 인물이 지역사회를 위해 더유익한지 따져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며 선거판의 하부구조는 여성들이지만 정치의 여성진출은 턱없이 떨어진다.

대구의 모여성단체 대표는 "가정여성들이 훈련이 되지 않는다"면서 늘 일하던 여성들이 십수년씩계속 앞장서서 그 일을 해야하는 한계를 극복해야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그래도 여성계를 위해서 일하겠다는 봉사정신은 있었지만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은 여성단체활동이 '명예'가 아니라 돈과 시간과 정력을 소비해도 빛이 나지않는 '멍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여성단체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20~30대 연령층의 영입이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여성들이 단체 활동에만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활동이나 의미있는 모임을 하려는 의욕도크게 갖지 않고 있다.

"가정속에 함몰돼있는 여성들을 사회속으로 이끌어내, 사회속의 여성이 되도록 해야한다. 여성이바뀌면 가정이 바뀌고 가정이 바뀌면 지역사회가 바뀐다"는 이성환이사장(대구교육문화원)은 올한해동안 보편적 여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중간층 여성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개발이 아쉬웠다고 털어놓는다. 대구의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성향때문에 여성들이 마음놓고 자기 세계를 형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재능있는 아내를 유학시키는 등 외조남편도 늘어나지만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여성들이 가정의 구성원이라는 고정된 틀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라는 넓은 시각, 어려운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을 가지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여성들의 자원봉사활동이 관제화하는 추세인 가운데 십수년간 장애자들을 위한 무료예식을 담당해온 상록봉사단(단장 노재교)이 해체된 것도 아쉬운 일중의 하나였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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