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월항 김상순할머니

'독립유공자 집안의 맏며느리, 남편을 전장에 바친 수절 과수, 4명의 시댁어른의 임종을 지켜본효부'김삼순(金三順·65·성주군 월항면 유월리 410)할머니.

27일 김할머니는 양시부모의 시신을 함께 선산에 묻고 돌아온 후 지난60평생 자신의 기구한 인생역정이 떠올라 더욱 설움에 북받친다.

그동안 정성껏 봉양해온 시아버지(이동발·88)가 오랜 병고 끝에 숨을 거둔 이틀만에 시어머니(이용조·86)도 앓아오던 중풍이 더욱 도져 저세상으로 시아버지를 따라 갔기 때문이다. 문상온 이웃 사람들이 "이제사 시부모들이 육순이 넘은 며느리의 마음고생을 덜어주기위해 함께갔다"면서 위로도 해보지만 김할머니는 그게 아닌듯 울음소리를 멈추지 못한다. 효부로 알려진 김할머니의 곡절한 얘기는 6·25가 터지던 1950년 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김할머니는 조선시대 유학의 거두 동강(東岡) 김우옹선생의 후손으로 의성김씨 문가에서 독립지사 이현창선생의 경산이씨 문중으로 시집을 오게된다.

19세 꽃다운 나이인 지난 49년에 세살위인 이승열씨를 남편으로 맞아들이지만 결혼 1년도 채 넘기지 않아 남편은 의용군으로 전장에 징집돼 간다.

남편 이씨는 자녀하나도 배태(胚胎)하지 못한채 간다온다 말한마디 없이 전쟁터로 떠난이후 한달만에 영천 신령전투에서 전사 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된다.

올곧은 집안의 맏며느리인 대가로 시조부모, 시부모의 봉양과 줄줄이 달린 4명의 어린 시동생들뒷바라지는 고스란히 김씨할머니 몫으로 돌아왔다.

주위에서"자식도 없는 여자가 개가해 팔자나 고치면 되지 무슨 도타운 정이 들었다고 병약한 시조부모를 비롯한 조롱박 같은 식솔들 까지 떠맡느냐"는 동정섞인 핀잔을 수없이 들었다고 한다.오랜병 끝에 효자없다 했지만 김할머니는 달랐다. 그는 이제 4명의 시댁어른의 임종을 다하고 광열씨(64·삼안건설이사),은섭씨(대명3동장), 주섭씨(농협중앙회)등 시동생에게 그 효심의 끝자락을이으려 할는지 모른다.

주민 이재복씨(54)는"삼강오륜의 윤리도덕이 무너져 가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같은 효부할머니의 덕담이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주·金成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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