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창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많아요

"가창에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많이 삽니다"

농사일에도 바쁠 농촌 아낙네들이 틈틈이 짬을 내 이웃을 돌봐 눈길을 끌고 있다.달성군 가창면자원봉사대가 결성된 것은 지난 94년 6월. 가창면이 마련한 여성대학을 수료한뒤신영화회장(51.가창면 단산리)등 8명이 그냥 헤어지지 말고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뜻에서였다.현재 37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은 가창면 곳곳을 누비며 외로운 이웃 돌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이들의 활동은 돈 몇푼 전달하는 단순 봉사가 아니라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김장을 담가주고 소풍을 함께가고 설날에는 떡국을 끓여주는등 진짜 어머니나 친구 역할을 해주는 것이 특징.이번 겨울에 이들은 친구 한명을 새로 사귀었다. 혼자살며 한쪽 팔이 없어 거동조차 어려운 삼산리의 배상호할아버지(76).

"추운 겨울에 개를 껴안고 잔다는 말을 듣고 보일러나 놓아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구들장을뜯으니 지붕이 내려앉는 겁니다. 할 수 있습니까. 회원 10여명이 벽돌과 모래를 날라 지붕을 고치고 부엌과 목욕탕을 만들어 집을 새로 짓다시피 했습니다" 전회장인 정명자씨(57.단산리)의 말이다. 부회장 김춘자씨(57.옥분리)는 "동네사람들이 집에서도 이런 힘든 일을 하느냐며 냉소해 괴로웠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배씨 집에서 조촐한 집들이를 했다.

포도밭 1천6백평을 농사지어 연간 1천여만원 버는게 전부인 신회장은 요즘도 시간만 나면 배씨집에 찾아가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주는등 며느리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신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창에 가슴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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