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신정치 종식시키자"-여야 초재선의원 목청

한보사태와 관련, 신한국당의 홍인길의원과 국민회의의 권노갑의원이 검찰의 1차 소환대상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비리있는 곳에 가신있다"며 가신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가신이란 봉건시대의 용어로 이들이 섬기는 군주와의 사이에는 주종관계만이 존재했다. 단적으로군주는 가신의 생사여탈권까지 갖고 있었다. 이처럼 왜곡된 관계가 우리 정치판에도 그대로 적용돼 보스와 추종자들이 안방을 무대로 정치를 하는 양상이 빚어졌던 것이다. 특히 군사독재와 민주화라는 대결과정에서 보스는 보안문제 등을 이유로 가신정치에 더욱 의존하는 양상을 나타낼수밖에 없었다.

가신정치는 상도동사단으로 통하는 김영삼대통령정치세력의 경우 집권 이후에도 양상을달리하긴했어도 그대로 유지돼 온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이 주어지게 되자 문제가발생하기 시작했다. 김영삼정부 출범이후 곳곳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온 각종 대형비리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가신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 정부 출범후 대표적인 가신비리는 청와대부속실장 장학로씨의 수십억뇌물수수사건이다. 그는결국 가신구속 1호를 기록했다. 그의 구속은 도덕성을내세우는 현 정부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남겼다. 김기수수행실장도 카지노대부 전낙원씨 구속 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한보사태와 관련됐다는 홍인길의원도 가신출신이다. 그는 김대통령의 돈심부름을 했고 상도동의 집사를맡아봤던 인물이다.

또 이번 한보 정총회장으로 부터 선거자금이든 정치자금이든 받은 것으로 전해진 인사들 가운데대표선수들은 현역 국회의원도 있고 지방 단체장도 있지만 하나같이 상도동 가신출신들이다.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동교동으로 불리는 김대중 국민회의총재 진영 역시 가신들이 모든 것을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소환을 받게 되는 권노갑의원 역시 동교동 가신들의 맏형으로 김총재의 뜻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들 인물로 통한다. 그는 수서사건 때도 구설수에 올랐고 이번에도 제 1차로 거명됐다.

가신들의 폐해는 비리문제 뿐만이 아니다. 여야의 대결이 극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의 싸움은 도를더한다. 특히 자신들의 주군과 관계되는 일이라면 이들은 주군보호와 상대 보스 흠집내기의 대표선수가 된다.

자주 여야대결이 진흙탕싸움으로 변질되는 것도 대부분 이들 탓이다. 때문에 가신과는 상관없는여야 초·재선의원들을 중심으로 가신정치 타파 주장이 나온다. 신한국당의 홍준표, 유용태의원은"정치권 전체가 공개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한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비밀결사체같은 정치행태를청산해야한다"며 "가신정치는 체질 자체의 편협성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또 민주당의 제정구, 이수인의원은"가신은 능력보다는 충성심을더 중요하게 여기는 패거리집단"이라며 "특정지역을 장악한 3김에 대한 충성심이 국회진출로 연계되는 구조하에서 가신정치는 종식될 수 없기 때문에 3김정치를 먼저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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