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주체사상의 나라로 만든 이론적 대부인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망명을 택했으며, 그것도다른 곳이 아닌 한국인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최근 그의 일본 방문 임무가 결실없이 끝나 귀국후의 책임 추궁을 우려했다는 점이다. 그는 방일중 일본 정계요인과 접촉을 갖고 식량지원 교섭을 벌일 예정이었으나이들과 만나는 것조차 실패하는 참담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망명 결심을 촉발시킨 계기로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골수공산주의자로 북한 권력핵심부 안에 있던 그가 일시적인 동기로 평생을 바쳐온 체제를 버리기는 어려울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72세로 고향도 이북(함경북도)인 그가 일반 귀순자들의 경우처럼 제2의 생을 남한에서 보내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망명했다고 보기에도 설득력이 약하다. 평양에는 모스크바 유학중 결혼한 부인 박승옥(66)과 2남2녀가 있다.
때문에 유력한 망명이유로 △개혁을 둘러싼 강경파들과의 노선 갈등에서 궁지로 몰렸거나 △자신이 정립한 주체사상을 스스로 비판해야 하는 사상적 고뇌에 빠진 점 등이 꼽히고 있다.그는 노동당 국제비서로 바깥 세계의 흐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김일성 사후 북한정책의변화를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주장이 김정일 등 당 핵심부에 받아들여 지지 않는등 당내에서 적지않은 공격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는 우리의 국회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의장을 세차례나 역임하며 한때 권력서열 13위까지 올라갔으나 김일성사후 김정일 핵심세력인 군부 실세들이 대거 득세하면서 24위로 밀려났다.그는 또한 지난 4일 일본 국제문제 연구협회 초청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사회주의는 이제 인기가 없어졌다"며"인간중심의 사회를 건설해야한다"는 등 주체사상에 대한 사상적 고뇌를 내비쳤다.통일원의 한 관계자는"그는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사들에게 기회있을때마다 시대변화에 맞춰 주체사상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등 개인적 고뇌를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김정일 노선에 대해 그의 이러한 사상적 고뇌에 부응,경제개혁을 기대하기도어려웠다. 김정일은 김일성주체사상의 후광을 강력한 체제 버팀목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이번 황비서 망명은 북한의 붕괴위기를 더욱 가시화시키는 동시에 한반도를 극도의 긴장국면으로내몰 것으로 보인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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