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 선점한 미.일 추격

"아세안-EU외무회담"

유럽이 마침내 아시아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13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의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정치대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기실 관심을 두고있는 곳은 정치보다는 경제분야다. 그동안 별것없다고 내던져놓았던 아시아시장이 더이상 방치할수없는 상태임이 입증되자 방향을 급선회, 본격적으로 추파를 던지기 시작한것이다.

이번 아세안-EU외무회담에는 아세안 7개국이외에 한국을 비롯 중국, 일본도 합류한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아시아-유럽회의(ASEM)로 승격된 셈이다. 내년에 개최될 아시아-유럽정상회담의 기반을 다지는 전초전이기도 하다.

EU가 노리는 이번회담의 목적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이 경제주도권을 강화하는 것. 일본과 미국은 일찌감치 이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하고 시장을 선점,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있는 형편이고 보면 유럽도 뒤늦게나마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할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물론 이번회담에서 논의될 정치의제들은 인도네시아가 합병한 구 포르투갈 식민지인 동티모르 문제와 군사정권하에서 심각하게 인권을 탄압받고있는 미얀마 문제등이 될것이나 이는 형식적인 의제에 불과하고 우선순위는 무역과 투자문제.

더욱이 최근 AFTA(아세안 자유무역지대)창설이 가시화됨에 따라 아세안이 투자적격지로 갑자기각광받고 있는 실정이다. AFTA는 세계적인 경제통합기구인 EU와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의영향을 받아 계획된 것. 아세안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규모의 경제및 생산효율증대를 위해 이 지역을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자는 발상이다.

물론 EU는 관세동맹의 단계를 지나 유럽단일통화를 시도하고 있고 더 나아가 정치적 통합까지지향하고있으며 NAFTA는 단순 자유무역 수준에서 벗어나 금융서비스, 지적재산권, 환경, 노동등국제규범이 명확히 설립되지 않은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규제를 철폐하고 있으나 AFTA는 아직걸음마단계.

그러나 이를 위한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AFTA창설에 앞서 최근 태국투자청은 오는2010년까지 아세안투자지역(AIA)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2000년까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등 인도차이나 3국을 회원국으로 영입하여 5억이상의인구를 포용하는 단일시장으로 형성되면 AFTA의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문제는 한국의 입장이다. 물론 이번 외무회담에 뒤이어 한국이 참여는 하지만 아세안이 중심축인만큼 변죽만 울릴 것은 뻔한 일. 일본은 이미 지난1월 하시모토총리의 아세안5국 순방때 아세안-일본 정례정상회담을 전격 제의하는등 아세안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일찌감치 '선수행사'를 해놓았다.

아세안 모든 회원국이 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아세안과 일본이 손을 잡는다면 한국은아시아에서 외톨이가 될 수도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또하나의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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