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한보 의혹규명이 선결과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4주년을 맞은 국정담화는 한보사태, 노동법파문, 경상수지적자확대등 국가적위기를 풀어줄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에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런 기대에서 본다면 김대통령의 담화는 국민들의 참담한 마음을 충분히 위로하고 후련하게 할만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한보사태와 관련,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분명한 사죄표명, 자신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단호한 조치, 원인과 경위규명및 관련자에대한 문책, 경제피해회복등을 약속하고 남은 임기 1년간의 네가지 과제해결에 진력할 것을 밝힌 것은 올바른 결단이라 할수 있다. 특히 임기중 중요과제인 대통령선거와 관련, 여당의 후보선출에서 당원들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한것은 연두기자회견때 지명권 행사가능성을 비친 것에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동감을 살만한 결심이다. 그러잖아도 한보문제가 김대통령의 임기후에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임기후 보장에 미련이 없음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수 있다. 한보사태와 관련, 대통령에 겨누어진 오해를 씻는데 도움이 될수있을 것이다.

고뇌에 찬 자신의 사죄와 아들의 문제에까지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을 밝힌 김대통령의 담화에도 불구하고 이번담화에서도 미진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것이 모두 앞으로의 실천에 달렸기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한보사태의 검찰수사가 국민의 의혹만 증폭시킨채 마무리짓고 있는 상황에서 그같은 약속이 얼마만큼 국민의 신뢰를 얻을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한보사태는 그 자체가 정경유착과 권력형비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혀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함은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자체가 권력의 외압이나 방해가 없다는 점을 투명하게 보여줘야하는 것이다. 한보사태의 중간수사결과가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는 것은 사건자체의 물증확보등 수사상 어려움보다 그것이 권력핵심과 관련된 것이기때문으로 보는 것이 일반의 시각이다.

따라서 "제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할 것"이란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의혹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수백억원의 비자금행방, 2조원의 대출금사용처등에 대한 분명한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이상 아무리 표현상의 단호함을 보인다해도 신뢰를 얻기어렵다. 이 사건이 미궁에 빠져있는 한 남은 1년의 임기동안 취임당시의 각오로 부정부패척결, 경제살리기총력, 안보태세강화, 대통령선거의 공정관리를 약속해봤자실천에 대한 불신이 따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보문제를 포함한 국정질서가 문란해지고 대통령임기말의 레임덕현상까지 겹쳐 걷잡을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수도 있다.김대통령은 먼저 한보의혹을 밝히고 임기말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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