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수화 발표회 성황리 마쳐

"지금 시작하세요. 지금 그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 일은 당신으로부터 날마다 멀어져 아무리애써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9일 오후 6시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는 1천여명의 관객들이 자리를 빼곡이 메웠다.'무언의 소리, 그 아름다움을 찾아서'라는 부제로 사랑의 수화발표회가 열려 말을 할 수도 들을수도 없는 농아자들이 자신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꾸짖었다. 농아자들은"신체장애는 사회참여의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라는 수화로 사회의 두꺼운 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다섯번째가 된 수화발표회를 대구시가 처음으로 주최했던 탓에 농아복지회 회원들은 더욱 들떠있었다.농아인을 위한 자원봉사모임 소리열림회(회장 김석영) 회원 60여명과 농아복지회 소속 농아자 20여명이 두 달 간 준비했던 시, 노래, 무용, 연극 등을 선보였다. 수화노래 '그대 그리고 나'를 시작으로 수화시 '지금 전하세요'가 낭시와 수화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대학생 동아리 참빛회도 '아가씨' '전화카드 한 장' 등의 노래를 불러 농아자도 엄연한 이 사회의구성원임을 확인시켰다.

시.청각 장애인들로 이뤄진 한국장애인 소리예술단(단장 이상욱)이 '장벽을 넘어'라는 제목으로현대무용을 했을 때 이날 발표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틀어놓고 무용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소리예술단 7명의 무용수들이 춤공연을 하는동안 대강당엔 '침묵의 강'이 흐르고 있었고, 10여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장애인 가족들과 시민들은 감동의 눈물을흘렸다.

수화연극 '흥부전'의 연출을 맡은 최홍석씨(27.미싱사)는 "좁은 장소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두달간 묵묵히 공연준비를 했던 동료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무척 고맙다"며 "청각장애인들의 재능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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