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계의 앞날은...

집권 민주계가 흔들리고 있다. 와해 내지 해산의 위기라고 까지 한다. 정권말기가 가까워 올수록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민주계 핵심인사들의 연쇄회동이 줄을 잇고 있는 현상이나 최형우고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12일 두 차례나 김수한국회의장과 서석재, 김덕룡, 박관용, 김명윤의원 등이 긴급회동을 가진 것만 보더라도 이 위기의식은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최고문의 유고상황으로 촉발된 위기의식 그 이전에 벌써 민주계는 내부적으로 위기상황을맞이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민주계란 신한국당내 YS의 통일민주당 출신을 일컫는다. 이들은 3당통합과 이정권 출범초만 해도 당내 소수였다. 단순한 숫자로는 민정계의 반정도였다.

그러나 권력중추라는 점을 활용, 꾸준히 세력을 확대해 최대다수를 점했다.

3당통합 당시 최다수였던 민정계가 구심점을 잃고 와해되는 가운데서도 민주계는 자신들만의 아성을 구축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민주계 내부에서도 '고생은 함께 해도 영광은 함께할 수 없다'는 격언을 입증이라도하듯 분화의 과정을 거친다.

저마다 이'파이'를 한 쪽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드러내 왔다.

이른바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더 했다. 배경에는 물론 권력이라는 나눠먹기아까운 '파이'가 놓여있었다. 대선예비주자로 분류된 최고문이나 김덕룡의원등 계파내 대표선수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확대만 꾀했지 다른 것은 안중에 없었다. 서로 비방하고 흠집을 내는 일도 잦았다. 자연히 결속력은 희미해져갔다.

여기에 현철씨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의 형성은 내부분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핵심그룹 내부갈등은 물론 구주류와 신주류 간의 알력설도 심심찮게거론됐다. 더 이상 하나의 계파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최고문이 쓰러진 것이다.

민주계 향후 진로와 관련, 다수의 인사들은 "위기상황에서 결속하는 것이 민주계의 장점"이라고했다. 내부든 외부든 닥쳐온 위기를 앞에 두고 다시 단합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최고문의 유고상황이 오히려 뿔뿔이 흩어졌던 계파의 결속력을 자극, 전화위복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 반대론이 오히려 더 우세하다. 위기의식이나 단결의 필요성을 힘주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하나같이 비실세다. 민주계의 한 다선의원은"실세라는 사람들은 아직 상황을 아전인수 식으로해석한다"며"이들이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한 정권재창출은 물건너 가고 민주계 모두가 함께 몰락하는 상황을맞이할 지 모른다"며 걱정했다.

또 최고문이 없어진 상황에서 누구를 중심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제각각이다.표면적으로는 최고문이 어려우니 김의원으로 단일후보를 낼 수도 있지만 내부적인 성향을 보면결코 간단치 않다.

또 계파 외부의 유력한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경우를 상정해도 한 목소리를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국이 경선국면으로 급속하게줄달음칠 경우 계파울타리는 유명무실해지고 너도나도 유력자에게 줄서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계가 6공말기 독자후보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이리저리헤매다 신구세력으로 나눠지면서 정치적 방황을 거듭하는 TK와 똑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이라고한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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