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

문화도 상품으로 통용되는 시대다. 이같은 문화상품을 이벤트화시켜 청중, 관객등 소비자에게 직간접으로 연결시켜주는 문화기획이 90년대 들어 국내문화계에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 예로광주비엔날레나 서울국제음악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부터 외국유명연주인이나 단체의 초청공연,초대전에 이르기까지 문화기획 상품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역 문화기획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심하게 얘기해 '문화기획이 없다'고해도 무방하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등 문화선진국의 경우 행정기관이나 전문 매니지먼트는 말할것도 없고 개개의 예술단체에서도 자기들의 작품을 문화상품화하는데 철저하다. 프로그램하나에도 최대한 신경을 쓰는등 관객, 청중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크고 작은 연주회, 무용, 뮤지컬,연극공연에다 박물관, 미술관의 특별전, 테마전등 수많은 문화 이벤트를 창출해냄으로써 문화는생활상품이라는 등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대구시나 예총, 협회등 문화예술인단체는 이같은 문화기획에 관심도 없고강건너 불보듯 아예 뒷짐만 지고 있다. 공연, 전시 매니지먼트로 불리는 문화기획사들이 음악, 연극, 무용등 무대예술과 전시분야에서 크고작은 이벤트사업을 펼치고 있기는 하지만 영세한 규모,비전문성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기에 아직 역부족이고 결과도 기대이하다.

문화기획의 한 축을 떠맡고 있는 대구지역 공연매니지먼트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대구에서 나름대로 기획사업을 하고 있는 기획사는 7~8개 남짓. 외국의 연주단체나 서울의 연극공연을 대구에유치, 흥행시키는 일이 전부다. 그것도 러시아, 폴란드, 체코등 동구권 연주, 무용단체에 몰려있는이들 기획대상과의 직접 교섭을 통한 공연유치가 아니라 일본이나 서울의 매니지먼트를 통한 기획대행에 그치고 있다. 몇몇 기획사들은 아예 건전한 문화기획사업보다는 한탕위주로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지역의 공연단체와 전시회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문화기획상품으로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 이처럼 기획사들의 철저한 흥행위주의 상업성과 비전문성등이 문화기획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연기획사 대구문화회 대표 배선주씨는 "기획사들의 영세성과 비전문성도 큰 문제지만 유관기관이나 시민들의 문화기획에 대한낮은 인식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대구시, 예총, 각 협회의 문화기획에 대한 낮은 인식은 대구의 문화를 더욱 황폐화시키고 있다.대구의 문화발전에 견인차역할을 맡아야할 단체들이 문화기획에 대한 인식도 없이 예산타령만 하고 있으니 문화도시는 백년하청이다. 한불예술협력센터 대표 임상규씨는 "프랑스, 일본만해도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국제문화교류회같은 단체가 각종 문화이벤트를 적극 지원하는등 문화기획사업이 활발하다"며 "대구의 경우 유관단체의 문화기획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지원조차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화는 고부가가치상품이다. 문화의 저변이 튼튼하면 그만큼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 문화기획에대한 행정당국, 기획매니지먼트, 시민 모두의 총체적인 무관심과 낮은 의식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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