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제 "경선출마"…신한국 술렁

"물꼬터진 '선언'…레이스 시동"

정치권 대란설과 경제위기, 연이어 터지는 국가위기설 등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한동안 잠잠하던 신한국당내 경선국면이 다시 달아오를 조짐이다.

결정적 촉발은'놀랄만한 젊은 후보'인 이인제경기도지사의 경선출마기자회견이었다. 이지사는 24일 오후 신한국당사에서 "어려움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21세기 위대한 한국을 창조한다는 시대적소명을 받들어 대통령후보경선에 나서기로 했다"며 경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공식 선언으로서는 당내1호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속에서 경기도정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다"며 "경기도를 벗어나 전국을 누빌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내 경선관련 발언과 행동자제라는 묵시적 동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이지사의 경선출마선언으로 신한국당은 술렁이고 있다. 잠정적으로 경선과 관련한 언급을자제하던 분위기는 일거에 사라졌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애써 이지사의 과감하면서도 다소 성급한 행동을 외면하는 듯하지만 선언시기를 본격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자들의 선언이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이회창대표측은 난국 수습을 위한 이대표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는 시점에 경선출마 선언 1호가 나왔다는 데 당혹하고 있다. 대표의 말발이 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원이라면 누구나'라며 개의치 않겠다고는 하지만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박찬종고문도 출마선언은 아니지만 경선의 불공정성을 우려했다. 박고문은 22일 울산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선을 앞두고 이대표가 헬기날개를 달았다면 나는 이제 운동화 끈을 매고있다"며 "당대표가 경선에 나가면 엄청난 프리미엄을 갖지만 나는 의원직도 없어 당내 세력을 구축하기도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박고문은 또"현역의원이 아니라는 점이 경선후보로 아주 불편하다"며"김영삼대통령에게 있어서도 나는 버린 자식과 같다"고 푸념을 털어 놓았다.

박고문의 이 발언은 이대표취임 이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여론의 기류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심 1위, 당심 꼴찌'라는 극명한 괴리현상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데다 이대표 취임이후 민심1위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대표직이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뛰는 이대표의 '단독질주'를 마냥 구경할수만은 없다는 판단인 듯하다. 박고문의 한 측근도 24일 "출발선에서의 차이를 지적하며 공정성을 기하자는 의미"라고 했지만"발언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박고문의 마음 속에 깊숙하게 갖고 있던 말"이라고 부연했다.

이지사와 박고문 외에 이한동고문도 이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언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공정성을 기한다고 하면서도 이대표가 대표직이라는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토록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기회있을 때마다 표명할 전망이다. 그리고 민주계도 경선참여 여부를 떠나 자신들의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대표에 대해 끊임없는 견제구를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신한국당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꼬여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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