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비호지침 또 국민우롱인가

도대체 무슨 청문회가 이 꼴인가. 청문회를 어렵사리 열어 놓고도 한보와 김현철씨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는커녕 여야특위의원끼리 티격태격 싸움질인가 하면 증인들로부터 되레 호통을 당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더니 급기야는 여당이 자당소속 위원들에게 청문회 지침까지 내려보냈다니 어안이 막힌다.

정치인들 눈에는 청문회가 무슨 정치스타 탄생시키는 '정치극(劇)'무대쯤으로 보일는지 모르지만따져보면 공권력으로도 가닥을 잡지못한 국정비리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평무사하게 의혹을 규명하자는 기막힌 자리다. 그런데 처음부터 청문회는 국민기대와는 동떨어지게 동문서답으로 비실대더니 급기야는 한보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현철씨와 관련해서 여당이 해괴한 지침까지 내려보내면서 비호하고 나섰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보도에 따르면 하달된 지침에는 '일부에서는 당진제철소에 다녀왔다는 물증도 있다고까지 주장하는데 간적은 없는가', '박경식은 메디슨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됐다며 증인에게 부탁했는데 증인은박씨의도대로 처리해주지 못했다. 이유는?'등 김현철증인을 변호하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비호성질문'들과 야당 질문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내용들로 돼 있다니 이야말로 국민을 다시한번 농락하는 처사라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국회청문회에는 특위 의원들외에도 입법관계 전문인을 비롯한 회계, 기술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석시켜 증인이 빠져나갈 구멍을 막는다 한다.

게다가 진실을 밝힌 증인에게는 불기소처분이나 형량 감면의 혜택을 보장, 진실규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미처 마련치 못했다하더라도 국회의원이 양심껏 특위활동을통해 의혹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아닌가. 그런데도 이마저도 지침을 내려보내 규제하고있으니 이런 청문회를 계속해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고 믿는지 묻고 싶다.우리는 지침을 내려보낸 사실보다도 아직도 여야가 담합해서 얼렁뚱땅 넘기면 문제가 해결된다고믿고있는 단견(短見)의 정치인이 정치권에 상존해 있다는 사실에 서글픔을 느낀다.신한국당은 이런 '유치한 지침'으로 25일의 청문회를 한번 넘길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문제가 한점 남김없이 규명되지 않는한 김현철씨의 이권 개입및 국정개입, 대선자금등 의혹들은오히려 증폭되어 언젠가는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상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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